한국 교직사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집단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한국 중학교 교사 중 ‘교사가 된 걸 후회한다’고 답한 비율이 20%로 OECD 34개 회원국 중 1위다. ‘다시 직업을 택한다면 교사는 되고 싶지 않다’고 답한 비율도 스웨덴 46.6%, 일본 41.9%에 이어 3위로 36%에 이른다. 이 자료는 OECD가 지난해 회원국 10만5000여 중학교 교사를 조사해 발표한 ‘교수·학습 국제 조사(TALIS) 2013’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수치는 여전히 많은 교사가 열정을 불태우고 있지만 상당수 교사는 냉소주의와 좌절감에 빠져 ‘탈진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 공교육이 무너지면서 교사 자존감도 함께 허물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학교와 거리에서 만나는 중학생들의 모습도 줄여 입은 교복과 명품 운동화를 신고 있다. 외모는 별 탈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선생님의 입에서는 "선생 힘들어 못해먹겠다."라는 말이 쉽게 흘러 나온다. 교직사회의 무력감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은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교사 자존심 회복 방안을 본격적으로 마련하라는 경고음으로 인식하여야 할 시점이다. 교사들의 이런 집단 무기력증은 학생 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교사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보고서를 분석한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행정 업무(8.2%)와 교실 질서유지(13.6%) 등 잡일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교사 근무 구조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 본연의 업무가 아닌 일에 시간을 지나치게 빼앗기고, 윗선 눈치를 봐야 하는 등 자율적이지 못한 교직 문화가 사기 저하에 한몫했다는 이야기다. 당국은 교사·학부모와 무릎을 맞대고 학교 자율화 수준을 높일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사 자신이 이같은 현상을 타개할 꿈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학교에 대한 설레는 꿈이다. 근무하고 싶은 이상적인 학교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격을 갖춘 학교는 마음만 먹으면 주변에서도 찾으면 찾을 수 있다. 학생이 행복한 학교, 교사들이 자존감을 갖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자존감 고취와 사기 진작은 교직사회의 진취적인 문화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2세 교육의 품질 유지·향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죽은 교원의 사회’가 어떻게 미래 세대를 키울 것인가. 어떻게 신바람 나는 교육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육문화 만들기는 우리 시대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