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 오면서 모두가 한해의 삶을 정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장 눈 앞의 일 때문에 시간에 쫒기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조금만 더 먼저 정리하였더라면 그러지 않아도 될 일까지 지금 해결하느라 바쁜 것도 부인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어려움은 시간 부족을 느낀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매우 늦게 깨달은 경우가 많다. 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생각의 변화'를 추구하기 보다는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일상의 생활 태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 5월 광양시립중앙도서관이 주최한 자서전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26일 자서전 출판 기념회를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 가졌다. 이 프로그램은 광양시 문예도서관 사업소가 지역사회인들의 삶의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세대 교류의 장을 만들기 위하여 추진한 것이다. 사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신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통하여 깊은 사고를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해 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서전 쓰기 과정을 통하여 내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첫 강의에서 권영민 강사는 절대로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하였다. 그러나 결국엔 5명만이 자서전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요즘에는 다른 지역에서도 자서전 쓰기를 시작한 곳이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수집해 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찾아보니 늦게 시작해서 크게 성공하는 인생의 전략들! 무일푼으로 시작해 작가에서 백만장자가 된 천재 사업가 김태광의 인생전략 '착한 아이디어로 성공하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 대표 책 쓰기 코치인 김태광 총수의 인생사와 성공철학,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가 무일푼에서 시작해 지금의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굴곡진 인생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세우게 된 성공 철학, 인생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진실한 마음과 사업을 이끄는 확고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삶의 비극적인 순간에도 희망이 있고, 누구나 빠르게 성공하여 눈부신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극적인 순간을 맞이하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다고 절망하게 된다. 이책은 김태광이 쓴 책이 아니라 허진아가 쓴 책이다.
저자 허진아는 행복, 성공 메신저, 자기계발 작가, 동기부여가, 라이프 코치이기도 하다. 그녀 자신이 좋은 대학에만 가면 인생이 행복할 거라는 생각에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아닌 남들 보기에 좋은 길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지금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남을 의식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내 자신이 나이도 들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데 무슨 자서전이냐고 이야기 할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성공하여 평범을 벗어나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위대한 삶을 사는 것은 결코 아니다. 평범함이 모여 비범에 이르게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 써 놓지 않으면 쓸 기회가 그리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마지막 순간이 와도 비범을 기다릴 뿐이다.
또한 작가는 특별한 사람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서전은 누구나 쓸 수가 있다. 쓰기가 어렵다면 남의 것을 흉내내면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길을 모를 때 잘 아는 사람, 경험한 사람에게 물어가는 것처럼 좋은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따라가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서전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자기 경험, 나의 삶을 쓰는 것이다. 그저 닥치는대로 써 보는 것이다. 또, 좋은 일이 있은 후 행복을 느낀 후 쓰는 것이 아니라 나중의 행복에 지금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 않고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일, 그리고 온전히 자신을 위한 일들을 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원고를 정리하면서 어려운 점은 시간 부족이었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면서 이 일을 동시에 해야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마감하는 날이 있다. 인쇄에 들어가야 할 기일을 앞두고 들여다 보면 또 고쳐야 할 곳이 보이고, 빼고 넣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인생도 작은 실수를 수정해 가지만 언젠가는 더 수정할 수 없는 마지막 시간이 온다는 사실이다.
지금 내가 맞이하는 이 시간은 속도로 살아갈 시간이 아니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성찰을 하게 되면 아무렇게나 살아 갈 수는 없는 것이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아파한다. 그런데 이 아픔을 타인이 치료해 줄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힐링과 위안을 찾아 헤매지만 얼마나 그것들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어 치유가 되었던가! 결코 아닐 것이다. 남이 주는 위안, 진정 효과는 피부 상처를 치유하는 머큐롬 수준이 아니겠는가. 내 자신을 내가 스스로 들여다 보면서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이 내 마음을 치유해 가는 것이다.
지금 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자서전 쓰기’였다. 다른 이들도 ‘언젠가’가 아닌 ‘지금 당장’ 행복한 삶을 살도록 오늘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것을 묶어내면 한 권의 자서전이 될 수 있다. 남에게 보이는 인생이 아닌 ‘나다운 인생'을 살기 위해 오늘도 한편의 책을 읽고 한편의 글을 쓰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책을 쓴 후 내 인생은 마치 생 김치만 먹다가 숙성된 묵은 김치를 먹는 것처럼 맛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