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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진정한 휴식을 찾으려면

한국은 빠른 시간에 물질적으로 풍요함을 이루어냈다. 그 배경에는 엄청난 노동의 댓가가 있다. 빨리빨리 목표를 이루기에 급급하여 진정한 휴식을 놓치고 산 것이다. 정신의학에서는 휴식을 모르고 사는 성격을 '타입 A' 성격이라 부른다. 이런 사람은 야심차고 욕심이 많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전력 질주 한다. 성질이 급하고 참을성이 없다. 그래서 뜨거운 음식을 싫어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벌컥 화가 치민다. 운전하다가 길이 막히면 혼자 욕도 많이 한다. 이 모습을 옆에 탄 아이들이 볼 수도 있다. 과속하고 끼어들기를 잘한다. 1분이라도 빨리 갈수만 있다면 모든 위험을 감수한다. 기다리는 것은 질색이다. 은행이고 슈퍼마켓이고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못 참는다.

이런 사람들은 바쁘게 산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성격이 많다. 그러나 40대 이후를 조심해야 한다. 심근 경색이 잘 오기 때문이다. 돌연사의 위험이 높다. 성공은 했는데 심장 마비가 왔다면 이는 성공한 인생이 아니다. 왜 느긋하게 쉴 수 없을까? 모두가 성격 때문이다.

왜 이런 성격이 되는가? 성격은 유년기 경험을 통해서 형성된다. 특히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부모가 문제다. 아이에게 완벽을 강요하고 일등만 인정해 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은 일등 했을 때 비로소 안심한다. 일등해서 기쁘기 보다는 안심이 되는 것이다. ‘아, 혼나는 것을 면했구나…’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일등하지 못할까봐 늘 초조하다.

부모의 목표에 달성하지 못하면 비난과 처벌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릴 때 이런 경험이 성격이 되어 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심리 내면을 들여다보면 무의식에 독촉하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 이런 사람은 일이 없이 한가하면 불안해 진다. 무슨 일이든 일을 만들어서 자신을 바쁘게 만들어야 편해진다. 분주하고 지치는데 마음은 편한 것이다.

모순이지만 이는 마음의 현실이다. 한가한 시간에 마음 속에서 독촉하는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다. ‘너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그렇게 한가할 시간에 책이라도 한자 더 읽어야지’ 혹은 ‘너 그렇게 게을러 터져가지고 뭐가 되겠니. 형을 봐라. 밤 새워 공부하고 있는 게 안 보이느냐’ 무서운 아버지 앞에서 주눅이 든 아이가 마음 속에 있다. 그 아이는 쉴 새 없이 달려야 한다. 속도가 떨어지면 채찍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너무나 아픈 채찍이다. 아버지는 나에게 실망하시고 나를 외면하실 수도 있다. 부모의 외면이라는 채찍, 그건 아이에게 너무나 큰 고통이다.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쉴 틈도 없이 목표를 향해서 뛰고 또 뛰어야 한다. 마음은 늘 분주하고 시간은 부족하다. 일에 깔려 숨쉬기도 어렵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는 이미 늙으셨고 어릴 때의 무서운 아버지가 아니다. ‘나도 어릴 때의 무능한 내가 아니야.

나는 어느 면에서는 아버지 보다 더 유능하고 힘 있는 어른이 되었어.’ 이것을 확인해야 한다. 마음 속에 주눅이든 아이가 더 이상 내 감정을 지배하지 않도록 막아야 된다. 그때부터 마음 놓고 휴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행복할 수도 없다. 휴식을 잃어버린 한국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지나친 강박 관념은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살게 된다. 이러다간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사회적으로 불협화음을 낼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이제 좀더 자연을 따라 인간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가를 이 가을의 문턱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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