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원을 뽑으면 신임 직원에게 좋은 사원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한다. 직급과 상관없이 `新(신)`이란 말은 늘 신선하다. 경기가 안 좋다보니 요즘 일부에서 `임원은 임시직원`이라며 승진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조직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여전히 기쁜 일이다. `신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말년` 교육과 분위기가 천양지차다. 분위기부터가 초롱초롱, 돌이라도 씹어 먹을 듯하게 학습 분위기가 하늘을 찌른다.
반면에 `말년 퇴직자` 교육은 말 그대로 의기소침, 심드렁 그 자체다. "청춘을 바쳐 일했는데, 이젠 퇴물 취급"이라며 쓴 눈물을 흘릴 자세이다. 조직에서 노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죽는 것일까. 마지막 1년을 앞두고 학교를 옮겼따. 조금 덜 후회하기 위하여 지금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 같은가. 가야할 길 아직은 준비가 부족한 느낌이다.
신임 임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은 "제일 먼저 퇴임사를 준비하라"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둘 때 당신은 어떤 퇴임사를 준비할 것인가, 나는 어떤 리더로 평가받을 것인가, 나의 퇴임식은 어떤 풍경일 것인가를 생각해보란 부탁이다. 그리고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어떤 행동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 역순으로 생각해보라는 당부이다.
누구나 시간의 제한 속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직장생활`을 천년만년 계속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다 황망하게, 허망하게 퇴직을 맞는다. 진정한 퇴직 준비는 퇴직 후 제과점을 할지, 치킨집을 할지 미리 궁리하는 게 아니다. 내 삶에서 성공, 추억, 열정과 몰입의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이다. 신임 리더로서 자신감과 포부와 욕심이 클수록 어깨에서 힘을 빼는 것이리라. 모래밭 길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타이어의 바람을 빵빵하게 넣는 것이 아니라 빼주는 것이다.
공자의 성실파 제자 증자는 "새는 장차 죽으려 할 때는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는 그 말이 슬프다"고 했다. 조직인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런지!
앞 모습보다 뒷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 진짜 미인이란다. 얼마 전 퇴직한 어느 부사장은 퇴임하며 9번이나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던 것일까. 그의 퇴임사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울컥이나 뭉클해하기는커녕 싸늘했다니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준비하라는 경고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어느 부서장 퇴임에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줄을 서 기립박수를 하며 환송을 해줬다고 들었다.
어느 은퇴 최고 경영자, 임원 모임에 오래 참여해 오신 전직 최고 경영자분이 들려주신 이야기가 있다. "퇴직 후 5년이 지나면 모두 평준화됩니다. 처음에 폼 잡고 스테이크 먹으러 가자고 하다가 몇 년 지나면 다들 설렁탕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러다가 더 지나면 지하철 경로 혜택을 받는 것을 자랑하게 되지요."
조직에서의 성공, 무엇을 지표로 평가할 것인가. 물론 어느 직급까지 올라가는가는 조직에서 동기부여 요소가 되고 성공의 중요한 지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다. 청춘을 바쳐 일했는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허망해할 것인가, 아니면 `수업료 받으며 산 지식을 배운 알찬 세월`로 자부할 것인가가 나에게 남겨진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