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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현대는 '생각의 시대'이다

현대는 '생각의 시대'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모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로댕(1840~1917)이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 유명한 조각상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아마 턱을 괸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마도 퀭한 눈은 꺼질 줄 모르는 액정을 향하고 다른 한 손은 관성적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있을 터다. 이미 인간의 기억과 계산 능력을 뛰어넘은 기기가 우리 모두의 손에 들려 있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란 칭찬이 더는 미덕이 아닌 시대가 된 것이다. 이같은 시대에 우리의 두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거에도 생각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 김용규가 쓴 '생각의 시대'는 ‘생각’에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지식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고 이제 ‘생각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선언이다. 남과 다른 발상, 고정관념을 뒤집는 독창성, 나열된 지식의 이면을 꿰뚫는 혜안이 필요하다. 사실 여기까진 좀 뻔하다. 이미 정보화 시대에 ‘Think different!’가 경쟁력이란 것은 수 많은 사람들이 떠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생각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답은 고대 그리스에 있다. 야생의 인간이 생각을 발명한 시기는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전 3세기다. 독일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이 시기를 인류 정신사의 거대한 축이 이동했다고 해서 ‘축의 시대’라고 이름 붙였다. 저자가 이 시기를 지목한 이유는 이 때 발명된 생각의 도구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 책으 주요 내용은 지식과 생각의 탄생 과정을, 그리고 책의 3분의 2에 달하는 3장은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 즉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의 개념과 사용법을 상세히 설명했다.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 발상의 전환을 돕는 ‘은유’,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원리’, 정신을 구조화하는 ‘문장’, 만물의 현상을 쉽게 패턴화하는 ‘수’, 설득의 수단인 ‘수사’를 잘 쓸 수 있다면 생각에 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법도 적었다. 은유와 수사의 응축인 시(詩)를 암송하고, 원리를 탐색하는데 적격인 추리소설을 읽으라고 권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도 일찍부터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니 한번쯤 실행해 볼 일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직 생각 도구를 쓰기 전인데도 녹슨 머리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철학과 신학, 문학을 오가며 방대한 이야기를 요리조리 꿰는 솜씨가 너무 탁월하기 때문이다. 로댕이 만일 지금 태어나 이 책을 읽었다면 2개의 뇌, 즉 지식 창고인 스마트폰과 생각도구를 장착한 두뇌를 조각하지 않았을까라는 가정을 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젊은이들이 어려운 시대에 이 '생각의 시대'를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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