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4년제를 포함한 각 대학들이 극심한 학생 모집난을 겪으면서 전문대학이 처한 상황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신입생모집에 있어 수도권대학보다 지방대학이, 국립보다는 사립대학이, 4년제보다 전문대학이 더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음은 명백하다.
전문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하면 2003년 전국 1백 56개 전문대가 전체 모집정원 28만4869명의 17.6%인 5만1백72명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충원 인원 2만2858명보다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통계상 17.6%이지만 지역적으로 전·남북, 경북권 전문대학의 경우 정원의 50%에도 미달하는 전문대가 속출하였다.
존폐의 위기에 몰린 전문대의 신입생 유치활동은 연중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대학신설을 무제한 허용한 것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주원인이라 하더라도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시장경제원리를 대학에 적용시켜 불 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대학의 존폐여부를 떠나 이로 인한 교육의 파행이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지만 교육당국자나 대학교수들도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일부대학의 교수들은 학교당국의 지시로 수업은 뒷전이고 학생유치에만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교수의 능력이 유치한 학생수로 평가되는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이야기이며 신입생 유치과정에서 우려할 만큼의 비교육적인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도입한 전문대의 산업체 위탁교육제도는 교육파행을 부채질하고 있다. 산업체 위탁생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교수나 제3자의 권유로 입학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제도는 각 전문대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별전형과 중복되는 제도일 뿐만 아니라 전문대가 등록만 하면 졸업장을 주는 제도로 변질시켰다는데 문제점이 있다.늦은 감은 있으나 일선고교에서는 4년제 대학은 물론 전문대 교수의 학생유치방문을 허용하거나 초청설명회에 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제도는 교육적인 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고 수험생에게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인터넷으로도 모든 대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만약 특정대학의 정보가 필요한 경우 진학담당교사가 대학에 정보를 요청하면 될 것이다.
학생모집 미달 시대에 입학한 학생들에 대한 학사관리는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 출석이 미달되더라도 다음 학기 등록포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학점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대학교육을 받을 능력이 없는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며, 그러한 학생에게 후한 학점을 주어 졸업시키는 나라는 없다. 이제는 전문대학의 교실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재 전문대에는 학생유치만 염두에 둔 전공개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부 전문대의 전공은 수명이 1년으로 바뀌고 있다. 단기적인 훈련·지식습득 과정과 전문학사학위 과정은 분명히 달라야한다.
신입생 유치용 전공은 3∼6개월만에 이수할 과정을 2년으로 늘려놓아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대 교수들이 전공을 바꿔 적응하기란 매우 어렵거니와 깊이 있는 교육도 불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교육적 파행은 극히 일부분이며, 대부분의 원인은 신입생 미달사태에 연유한다.
이제 교육부는 전문대의 구조조정을 시장원리에 맡겨놓고 방관하는 자세를 취하지 말고 교육파행이나 비교육적인 사태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조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