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학, 국가, 교회 등 역사가 깊은 조직들이 많다. 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조직에 속하는 것이 교황청이다. 역사 전개 과정에서 숱한 위기 때마다 교황청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위기를 극복했다. 특히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가장 수난을 많이 겪은 조직이 교황청이다. 일부 경영학자는 바티칸을 가장 완벽한 경영이론을 활용하는 조직으로 보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어느 교황보다 최근 경영학계에서 주목하는 리더로 손꼽힌다. 성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매주 교황 강론을 듣기 위해 바티칸을 찾는 신도는 8만 5,000여 명으로 전임 교황 시절 5,000여 명의 17배 규모에 이른다. 교회를 떠난 젊은 신자들의 미사 참례율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가톨릭은 낡고 고루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서서히 허물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내 경영학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 리더십을 어떻게 볼까? 박광서 페이거버넌스 부회장은 "교황은 실행 리더십이 강하고 일관성이 있는 데다 굉장히 현실주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이라고 평가한다. "현실성과 일관성이 있다 보니 바티칸 개혁과 혁신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가난한 교회 만들고 싶다."라는 핵심 가치를 행동 규범으로 잘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경영학 화두로 등장한 것이 진정성 리더십이다. 2001년 9ㆍ11테러와 엔론 사태, 2008년 리먼브러더스 몰락에 따른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한 반감으로 부상한 새로운 리더십이다. 정동일 연세대 교수는 "진정성 리더십은 부하 관계를 상하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본다."며 "리더가 시간이나 공간에 상관없이 일관성을 보이면서 부하 직원에게 신뢰를 얻는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언행일치와 스스로 확실한 가치를 정립했느냐 여부다.
교황이 마피아를 파문하고도 "내 나이에 잃을 것은 많지 않다.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며 두려움 없는 용기를 보이는 것도 자신의 가치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진정성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를 통해 따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실히 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행일치와 일관성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만나는 사람과 헤어질 때면 언제나 이렇게 부탁한다. "기도해 주십시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교황은 화려한 관저가 아닌 성녀 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버스와 지하철을 즐겨 탄다. 방탄차도 거부한다. 다음 달 닷새간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장 작은 차를 타고 싶다는 의중도 밝힌 상태다.
배우 안성기는 "예전 교황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로 곁에 있을 것만 같은 인간적으로 친근한 분."이라고 했다. 교황 방한 기념곡 '코이노니아'를 만든 노영심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을 교황님은 알아봐 주실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특히 교육 조직은 교황의 리더십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교회, 학교 등은 장학이라는 시스템을 통하여 교황청의 문화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교황이 일상에서 보여 주는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들은 모두 스토리가 된다. 이것들은 억지로 연출한 것이 아니라 몸에 밴 듯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어서 더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완전체로 느껴지는 교황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더 친밀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황의 어록 가운데 "주교는 세 가지 방법으로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길을 제시하고, 그들 안에서 분산되는 것을 막고 화합시키고, 그들 뒤에서 아무도 버림받지 않게 돌보아야 합니다."라는 것을 통하여 삶으로 강론을 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