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우리 학교는 다음 달 16일까지 긴 방학에 들어간다. 방학은 더위를 피해 집단적인 학교 공부를 떠나, 자기 계획에 의하여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체험학습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좋은 기회다. 방학이라고 모든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활동을 비롯하여 성적이 뒤떨어진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학습과 공부를 선생님과 함께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학습에 뒤떨어진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은 진행이 수월하지 않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교육도 하나의 약속에서 시작한다. 이 학생들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하여 학교에 나와야 하는 약속에 대한 감각이 뒤떨어진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들의 문제는 공부의 문제 이전에, 자신에 대한 가치의 문제요, 자기 인식에 관한 문제라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학습을 통하여 성공한 경험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수업시간마다 교실에는 몸이 있지만, 학습에 성공한 경험이 없기에 학습에 대한 기쁨 또한 맛보지 못하였다. 이들을 무기력에서 탈출하게 하는 것은 학습된 무력감을 떨쳐버리는 일이다. 그래서 보충학습도 단순히 공부내용으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의 특별한 지도로 한 번의 성공을 맛보게 하는 지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이도 저도 노력하지 않는 모습은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 번 성공한 경험이 학습된 무력감에서 아이들을 탈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긍정 심리학확산에 몰두하고 있는 원로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은 1967년에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실험에서 그는 상자의 한쪽에 개를 넣어 두고 바닥에 전기충격을 가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음을 경험한 개는 이후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을 학습한 것이다.
성적이 바닥을 깔고 있는 학생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지속하여지는 좌절 속에서 무력감을 느꼈다면, 가장 좋은 탈출 방법은 '한 번의 성공'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성공하는 경험을 해 보면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어 그 이후의 추진력에 든든한 발판이 된다. 비록 작은 일에서 성공하더라도 스스로 공을 들여 일구어낸 성공일 때 작은 성공의 경험은 이후 삶에 큰 자산이 된다.
사실 1승의 중요성은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학생들의 삶에서 큰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 작은 일 하나를 해냈을 때 자기만족과 어른들의 칭찬이 그들을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이러한 경험이 거의 없어 포기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도 안된다는 자포자기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1승의 경험을 위해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는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재미도 느끼고 도전할 의욕도 생긴다. 현실 속에서 작은 1승들을 쌓아 가려면 자기가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능력도 나올 것이다. 자기가 잘 못 하는 것을 끌어올리려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잘하는 한두 가지 재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행복하고 사회 전체에도 크게 이바지하는 길이다.
단번에 큰 성취를 원하거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가 우리 사회에 생각보다 많은 것은 성급한 결과를 바라는 '빨리빨리' 성향 때문이거나, 장기간 계속되는 힘든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력 부족 때문이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일 수 있다.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단계적으로 성장할 때의 기쁨,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취했을 때의 환희를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스스로 경험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교육이 이 아이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이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아이들을 직접 담당하는 교사 외에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