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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얘들아, 네 삶은 자신이 알아서 사는 것이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헌신이라면 황제 펭귄을 따라갈 게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들도 사실 황제 펭귄 못잖다고 생각한다. 모든 삶이 아이 위주로 바뀌고 인생 계획이 자식을 위해 재편된다. 공교육을 우리 사회가 책임져 주지 못하니 엄청난 사교육비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가정이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그것도 성이 안 차면 자식을 외국으로 공부시키려 보낸다. 때문에 부모 중 하나는 자식을 보살펴야 하기에 부부는 생이별을 한다.

교육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제 스스로 직장도 못 구하면 알아봐 줘야 한다. 다음은 결혼단계이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배필을 찾아주고 빚을 내서라도 '꿀릴 것 없는' 혼수감과 '남 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치러주고 둥지를 틀 아파트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 맞벌이하는 자식들을 위해 손자.손녀 기저귀까지 갈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그 후 남는 것은 건강이 손상을 입게 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경우에 해당하고, 좀 유별난 부모는 아들이 군대에서 썩지 않도록 손을 써 면제 아니면 병역특례로라도 빼야 하고, 스무 살이 넘도록 밖에서 맞고 들어오는 자식이 있으면 건달들을 불러와 때린 놈을 패줘야 한다.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부모 되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말이다.

이처럼 자식을 위해 '올인'한 만큼 자신을 위한 노후 대책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힘 있고 돈 있는 별난 부모들은 몰라도 평범한 부모들에게는 그저 자식이 보험일 뿐이다. 하지만 자식들 생각이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러니 잘못든 보험증권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 팍팍한 세상에 자식들이 부모 돌볼 여력이 없다. 역시 아이 낳고 사교육 시키고 기러기 되는 사슬에 매일 운명의 자식이 어찌 고개들어 위를 볼 수 있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큰 아들 집, 막내딸 집 사이에서 탁구공처럼 튕기다 자칫 파출소 앞에 버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한민국 부모들은 이같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과감히 이 사슬을 끊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사회를 위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자식을 위해, 자식을 통해 사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잘사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행복이 최우선이다. 자식에게 투자하는 대신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경제력을 키우는 일이다. 자식,손자들이 찾아오는 게 유일한 낙이 돼서는 안 된다. 용돈밖에 안 될 국민연금은 그저 용돈으로나 치부하는 게 낫다.

마지막으로 자식을 싸고돌지 말아야 한다.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을 만들 뿐이다. 부모가 겪은 어려움을 면하게 해주려고도 하지 말라. 삶의 밑천이 되는 소중한 경험을 빼앗을 뿐이다. 자식에게 헌신하지 않는 대신 대가도 자식에게 바라지 말아야 한다. 자식은 아무래도 공짜 손님일 뿐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왜 스스로 살아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미국 작가이자 아동 교육가인 도로시 피셔는 "어머니는 기대야 할 존재가 아니라 기댈 필요가 없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했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아버지의 치명적 결함은 자녀에게 자신의 명예를 빛내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에 동의한다면 이제 이렇게 말하여야 한다. "아들아 딸아, 나는 할 만큼 했다. 이제 네 삶은 네가 스스로 알아서 살아라." 좀 냉정하게 아이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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