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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왜 사람들은 도시에 주목하는가

지금 세계는 기후변화, 테러, 빈곤, 마약, 총기, 민족문제 등 전 세계가 당면한 초국가적 과제 앞에서 국가라는 시스템이 무력함을 느낀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1997년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180여 개국 수장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자국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고 별 성과 없이 끝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밖으로는 주권 수호, 안으로는 이념 싸움에 묶여 몸이 무거워진 국가를 대신해 부패와 테러, 빈곤과 맞서줄 이는 누구인가.

그 대안에 대한 탐색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요즘 도시에 주목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의 응집성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도시는 국가만큼 큰 단위가 아니며 기업과 같이 국가와 지역을 초월하지 않으며 집단 서클과 같이 너무 작지도 않은 통합적 집단으로서 강한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 또한 글로벌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도시와 도시간의 발전 전략을 추진하게 되면서 중세의 도시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여 전에는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시장들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 사회학자이자 정치이론가 벤자민 바버는 도시, 그리고 이를 이끄는 시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그는 '뜨는 도시 지는 국가'를 통해 “국가의 주권이 지구적 협력을 가로막고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시장 11명에 주목했다. 세계의 시장이라고 불리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마피아 세력에서 도시를 구한 레오루카 올란도 전 팔레르모(이탈리아) 시장, 무정부주의자를 자처하는 보리스 존슨 런던(영국) 시장, 유럽 도시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한 볼프강 슈스터 전 슈투트가르트(독일) 시장, 도시국가 체제를 제안한 실라 딕시트 전 델리(인도) 시장,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들어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배경 속에서 시장으로 선출돼 서로 다른 업적을 쌓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투표율을 올리고 동맹을 모으기보다, 동네 쓰레기를 줄이고 굶주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속한 정당보다 도시를 더 사랑하고 정당 지도자들보다 유권자들에게 더 환영 받는다.

스스로를 “자유주의적이고 무정부주의적 토리당(보수당 별명)의 당원”이라고 자처하는 존슨 런던 시장은 자신이 만든 공공 자전거 대여 프로그램을 “보수 시장이 실행한 완전한 공산주의식 계획”이라고 불렀다.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사업 마인드로 도시문제 해결을 나섰다. 교통 혼잡세를 추진하고 친환경 빌딩 도입을 주도한 그는 민주적 합법성보다 성공적 결과를 선호해 2011년 ‘기회의 도시 보고서’에서 뉴욕을 1위에 올려놨다.

박 서울시장은 취임 첫해 시정 초점을 서울시의 거대한 개발 프로젝트에서 빈민을 위한 주택 공급, 공원 조성,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으로 돌렸다. “한국과 일본은 적대적이지만 도시와시민사회 교류는 활발하다”는 박 시장의 말은 바버가 주장한 국가 한계를 뛰어넘는 시장의 역할과 정확히 합치한다.

바버는 도시와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들이 주축이 된 ‘전 지구적 시장의회’ 의 탄생을 촉구하고 있다. “시장들의 의회 형태로 모이는 전 지구적 도시 의회는 행정이나 입법 명령보다 자발적 행위와 합의를 통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전 지구적 거버넌스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 안에 참여하는 도시들과 그들이 대표하는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부의 명령에 억지로 따르기보다 동의하는 정책을 자진해 따르는 것으로 행동에 나선다.”

이제 민선시장들이 새롭게 항해의 닻을 올렸다. 이제 시작하여야 할 일은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임 시장이 이뤄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집단 지성이 필요하면 자기 자리 지키기와 승진에 전념하는 공무원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시민들의 의사를 모아 꾸준히 혁신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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