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장선생님! 5학년 학생과 ○○에 다녀오겠습니다."
"알아서 해, 그 대신에 사고나 모든 책임은 A선생이 져야해."
과거 이런 대화를 듣고 있던 당시 무척 불쾌했고 우리는 지도자를 잘못 만난 불행한 집단이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지도자의 인격이며 책무성에 관한 유식한 이론은 덮어두더라도 단체의 대표는 필요시 의사 결정을 해주고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물론 흑과 백이 뚜렷하지 못한 사안을 가부로 결정짓는 일은 여간 어렵고 고통스런 일이 아닐 수 없고 자신의 잘못만도 아닌 일에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도자나 대표는 달라야한다. 더욱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라는 단체는 시책 하나 하나의 결정이, 국가의 흥망이나 국민 생활에 직결된 문제라 더더욱 중요함을 인식해야한다.
최근에는 하나하나 열거하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시끄러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부처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본적인 절차조차 무시한 의사결정으로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함은 물론 부하 직원들의 불신과 반대에 부딪히는 사상 초유의 일도 일어났다.
변화무쌍한 변명으로 일관하다 그럴듯한 결정이라고 내놓은 것이 하부조직에 책임을 미루어 회피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안은 학교현장에서 또 다른 불씨로 번지고 있다. 토의를 하고 다수결로 교내 의사를 결정해 놓으면 또 다른 곳에서 "학교 실정이 불가피한 경우가 뭐냐"고 부처 지침문구를 들어 따진다.
남의 학교에 전화나 공문을 보내어 '중단 촉구, 위헌, 민·형사상 소송' 같은 의사를 표할 수 있는가. 이것이 백년대계의 교육 현실인가. 이 모든 결정과 책임은 누가 지고 해결해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이런 현실일수록 지도자는 사태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불법은 때와 장소 예고 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국가가 이를 모두 막을 수도 없다. 가장 가까운 당사자의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지도자가 잘못했을 때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바로 잡거나 아니면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리를 물러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법과 질서를 존중하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결정을 열심히 실천한 뒤에 공과를 평가받고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깨끗이 책임을 지는 용기 있는 지도자를 우리 사회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꼭 높고 귀한 자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평범한 사람들도 가장으로, 또는 조그마한 모임의 대표로서 항상 올바른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