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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나라가 어려운 때, 어진 재상이 그립다

총리 인준 문제, 장관 추천 등 인사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세계사의 물결을 헤치고 나갈 각 분야의 훌륭한 지도자를 그리워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기록을 살펴보면 임금이 좋은 정치를 이룩할 때는 반드시 뛰어난 재상이 보필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월드컵 축구 경기에도 그러하듯이 정치에도 콤비 플레이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 정치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을 보필하는 국무총리는 재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사에 나온 당 태종은 치열한 골육상쟁 끝에 황제의 자리를 차지한 야심가였다. 위징은 그의 라이벌 편에 서서 한때는 태종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었지만 투항한 후에 당태종의 현명한 신하가 된다. 그가 하도 직언을 자주하여 태종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중국 역사상 태평성대로 기록되는 ‘정관의 치’를 이룩한 것이다. 위징이 죽은 뒤에 고구려 정벌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후에는 생전의 충실하게 간언한 그를 못내 그리워했다고 한다.

위징과 비슷한 인물로 춘추 5패 중 한 사람인 제환공의 재상 관중이 있다. 관중이 더 전설적인 명성을 지닌 사람이다. 관중 역시 처음에는 왕위 쟁탈전에서 제환공의 반대편 왕자를 지지했다. 심지어 그는 제환공을 겨냥하고 활을 쏘았는데 혁대를 맞추기도 했다. 그런 관중을 포용해 재상으로 삼았기에 제환공은 패업을 성취할 수 있었다. 관중은 뛰어난 전략가임과 동시에 경제통이어서 제나라를 부강국으로 만들었다. 사치스러운데다 개인적 결함도 많았지만 공자는 “관중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야만인이 됐을 것이다라고 논어 헌문 편에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관중·위징 같은 현신이 없었는가이다. 조선 500년을 통해 최고의 재상으로 손꼽히는 황희 정승이 바로 그다. 황희 역시 처음에 세종이 형인 양녕대군을 제치고 임금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앞의 두 사람과 묘하게 닮았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은 균형을 잃지 않은 논평이 일품이다. 박시백 작가에 의하면 황희의 의견은 항상 원칙과 현실 사이의 적절한 지점에 있어서 세종이 신뢰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는 24년간 영의정 자리에 있었다.

재상은 정확한 판단과 실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비범한 정신적 자질도 요구됐다. 소론의 명재상인 남구만이 그런 사람이었다. 친구가 평안감사로 갔다가 두옥이라는 기생을 총애했는데 서울로 승진해 가면서 그녀를 버렸다. 배신감에 임진강 물에 빠져 죽은 두옥의 귀신이 친구 아들을 괴롭혔더니 남구만이 한눈에 알아보고 퇴치했다는 야담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두옥이 귀신’에서 ‘두억시니’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지도력을 지니기로는 남인의 영수였던 허목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야의 선비로서 과거를 거치지 않고 재상에 선임되었던 허목은 예학의 대가였지만 아버지로부터 단학파 도인의 수련 전통도 이어받은 인물이었다. 그가 삼척부사 재직시 해일 피해가 심한 것을 보고 비문을 지어 신비한 전서체 글씨의 비석을 세웠더니 바다가 잠잠해졌다는 일화가 전한다. 일명 ‘퇴조비’라는 그 비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일국의 재상이 되려면 무언가 완벽해야 한다는 여망에서 비롯된 설화들이 아닌가 싶다. 문득 ‘집이 가난하니 좋은 아내가 그리워지고, 나라가 어려우니 어진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과연 이 나라를 이끌 어진 재상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물 찾기가 쉽지 않다. 고위 공직자 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여 추천했는데 찾아보면 법을 어긴다거나 생각이 합당한 인사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나라 각계각층, 내일의 지도자들이 제각기 드높은 꿈과 비전, 그 꿈에 대한 투철한 이해와 설득력, 믿음직한 신조와 도덕성, 넓은 도량, 그리고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자상한 인간적 배려가 스며들게끔 하는 그러한 지도자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것이 일반 민심이라 여겨진다.

지금과 같은  한국의 ‘지도층의 위기’는 극복되어야 한다. 지도층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우리의 ‘지도층)’과 지도자 ‘후보층’들은 늘 자신을 갈고 닦는 자세가 필요하며, 지도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역사상에 나온 인격도 겸비한 인물을 찾아 재상에 임명하여야 나라가 조용해 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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