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발전 과정에서 우리의 좋은 것들을 소홀히 여기면서 서양 중심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 적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우리의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 면이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지적해 준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청국장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서 부르는 애창곡은 신형원의 개똥벌레이며, 살아보고 싶은 도시는 전주로 한옥 등 오래된 건물도 많고 아담한 도시 전체에서 역사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감성을 지닌 사람이 현재 사람사는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서촌에서 한옥을 짓고 사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이다. 그는 일본과 한국에서 각각 13년씩 살았으며, 한국에서 역사가 스며있는 집들을 왜 부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시인 이상의 집 철거 위기에 주민들과 함께 힘을 합쳐 막기도 하였다고 한다. 양국 국민의 스타일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인은 얼큰한 매운탕, 일본인은 새침한 스시를 떠올리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낙천적이고 감성적이다. 반면 일본인들은 내성적이고 섬세하며 계획적이다."고 지적한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한국의 외국어 교육에 대해 할 말이 많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에 외국어 교육정책이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는 것이다. 입시는 물론, 입사 때도 영어를 스펙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가 영어, 영어 하지만, 왜 영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점이다.
모든 사람이 외교관이 되거나 외국 사람을 상대하는 건 아니다. 반면 한자의 경우 중국어와 일본어를 배우는 데 필수적인데 정작 학교에서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어의 바탕이 되는 라틴어 교육을 중요시하는 것도 자기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라고 한다. 한국도 영어에만 쏠리지 말고,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별로 해당 언어를 잘하는 인력을 골고루 육성하는 외국어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또한,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한국어 교수법을 가르치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배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하여 "외국어와 문화는 별개가 아니라 같이 가는 건데, 외국인이 한국인과 만나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는 거의 없는 게 문제다. 한국인과의 스킨십을 늘려야 한국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우저 교수는 외국인들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 학습 커뮤니티를 구상하고 있다. 즉 "한국 아주머니들과 김장을 하며 한국 요리에 대해 알아보고 문화재 답사를 하며 한국 역사를 배우는 '체험형 교육'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 한옥'이란 모임 이름도 미리 지어 놓았다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는 "내가 한옥을 좋아하고 서촌을 좋아하는 것도 국적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나는 남의 나라 전통 가옥(한옥)을 좋아하는 유별난 외국인이 아니라, 아침 저녁으로 골목에서 얼굴 마주치는 동네 아저씨로 이웃과 어울려 살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면 지구촌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감각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