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야, 네가 이야기 하였듯이 청소년기는 황금같은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를 잘 보내는 사람도 있지만 난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너처럼 너무 허무하게 보냈다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의 순간에 머무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한다. 오늘은 너에게 새롭게 네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여 볼 재료를 하나 정리하여 보낸다.
미국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지난 5월 8일 익명의 기부자 3명의 활동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추적한 결과 헤지펀드 TGS파트너스의 동료인 데이비드 겔바움(65), 프레더릭 테일러(54), 앤드루 셰히터(54)는 1990년대 말부터 이름을 감춘 채 약 130억 달러(약 13조3380억원)를 기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세제혜택도 마다한 채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을 실천에 옮겼다. 한 마디로 기부천사들의 울림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들이 거액 쾌척에 그치지 않고 치료제 개발, 지뢰 피해자 지원, 에이즈 예방, 환경, 인권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꼼꼼하게 기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활동을 비밀에 부치기 위한 기부 쪼개기로 보인다.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이같은 일들은 국가나 국제기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민간인 신분인 이들이 적극적인 기부로 힘을 보탰다는 점이다. 이들은 선천성 중추신경계 질환인 헌팅턴병 치료제 개발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군인 돕기에 각각 1억 달러를 내놨다.
또한 ‘인권 개선과 사회, 경제적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기업을 세워 아시아에서 에이즈를 예방하고, 남미의 장애인을 지원하며, 미 고교 졸업률을 높이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야말로 기부를 통해 세상의 소금이 되기를 자임한 셈이다. 이들의 미담은 우리와는 차원이 너무 다른 것이기에 충격으로 다가 온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거의 모든 국민이 허탈감에 빠지고 어른들은 자책을 하면서 가슴아파하고 정부를 비판할 줄 아는 대열에 서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세계적인 사회학자 기 소르망이 지적한 한국에 대한 평가는 우리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할 말이다. 그는 “한국은 경제 성장기에 모두가 부의 축적에 몰입하는 가운데 ‘인정사정없는(brutal)’ 나라가 됐다”며 “사회적 연대가 없고 아무도 소외계층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흔히 복지를 정부의 일로만 여기지만 유럽 복지국가의 실패에서 보듯 현대사회에선 정부가 모든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개인의 활발한 기부를 통한 사회적 상호부조를 강화할 때다. 기업은 물론 개인도 적극적인 기부로 소외된 계층을 보듬고 다양한 공공 프로젝트에 뜨거운 피를 돌려야 한다. 그것이 가슴이 더욱 따뜻한 나라를 만드는 길일 것이다.
앞으로 은서도 너의 삶에서 최소한 어느 정도는 떼어 내어 가슴이 따뜻한 나라를 만드는데 기부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 넌 중학교 과정에서 삶의 기초를 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짐은 어떨까? "난 성인이 되면 최소 10% 정도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기 선언도 너를 안내하는 좋은 등불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도 너에게 이 글을 쓰면서 내 자신이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럼 또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