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에 한국교원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중등학교 교장 자격연수에 강사로 갈 기회가 있었다. '학교장의 비전 구현' 사례를 주제로 강의를 하였다. 연속으로 주어진 오후 4시간의 강의는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격변의 시대에 어느 조직이건 변화를 요구받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학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강의를 마치고 현재 부임지에서 생각하고 실천한 것들을 모은 자료 '학교장의 사색'을 관심 있는 연수생들에게 제공하였다.
며칠이 지나 연수생 한 분이 어떻게 이렇게 자료를 쉬지 않고 정리를 할 수 있었느냐? 고 묻는가 하면, 교장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무언가를 잘 하려고 하고 또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의욕이 대단히 중요한 것 같은데 저같이 의욕 자체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사실 자신은 여기에 오기까지 정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열정이 고갈되었는지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란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그런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에 떨어진 경우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맨 처음 하나는 ‘기다리지 말라.’ 고 했다. 의욕은 기다린다고 해서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하려고 하는 힘은 혹은 에너지는 그냥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는 점을 강조하여 이야기 하였다. 두 번째는 너무 자기 자신을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사람이란 의욕이 떨어질 때도 있고 의욕이 충만할 때도 있고 이런 과정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사람이란 모두 의욕이 없어지는 경우도 자연스럽고 의욕이 솟아나는 경우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면 한결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그럼 의욕을 충전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거창한 계획이라든지 미래라든지 이와 같은 부분들을 일단 접어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노력을 해 보면 어떻겠는가? 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 현재 본인 곁에 책이 있다고 하면 아무 책이나 들고 평소에는 조금 빠른 속도로 책을 읽었다고 하면 이제는 마치 책을 천천히 뚫어보듯이 천천히 책의 문장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면서 읽어나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또 당장 필요한 것은 햇살이 따뜻한 바깥, 도로도 괜찮고 작은 공원 , 근처의 산도 괜찮고 아니면 아파트 주변도 좋다.
멀리가지 않더라도 주변을 아주 천천히 호흡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보폭으로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또 본인이 목욕을 좋아하면 샤워를 하고, 따뜻한 물에 좋아하는 형식의 몸을 데울 수 있는 방법들도 있을 수 있다. 유학자 퇴계는 말하기를, 학자가 너무 공부에 빠져들다 보면 마음에 근심이 생길 수 있으므로 옛 그림을 보거나 꽃나무와 같은 자연의 갖가지 경치를 보고 즐김으로써 공부에 싫증을 느끼지 않게 하고 늘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고 하였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자기 자신의 의식이 흐르는 데로 자기 자신을 지켜볼 수도 있고, 또 다른 방법으로 조그마한 종이를 준비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바깥으로 표현해 낼 수도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쉬운 예를 들자면 책을 읽다가 아주 마음에 드는 한 두 문장을 통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도 있고, 아파트의 화단을 산책하다가 조그맣게 핀 민들레 봄꽃을 보고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도 있다. 길가에 핀 민들레가 얼마나 대단하고 존경스러운가! 어쩌면 그 작지만 야무진 생명이 고단한 삶을 사느라 개성과 자존을 종종 놓치곤 하는 우리네보다 한 수 위인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은 이처럼 위대한 것이다. 또한 낙서를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자기 자신의 의욕을 깨울 수 있는 계기, 생명의 언어 혹은 모티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의욕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수다를 떨고 술 마시는 등, 이와 같이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기보다도 자기 자신을 정리하고, 추스를 수 있는 아주 사소한 방법을 통해서 의욕을 다시 채울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욕이 충만한 경우와 빠지는 경우를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습관을 동원함으로서 의욕이 떨어졌을 때라도 얼마든지 의욕을 재충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