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교육은 점점 더 국제사회, 특히 글로벌 빈곤 퇴치에 전념하는 국제기구들의 비상한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은 지난 해 세계에서 9번째로 무역 규모 1조불을 달성했다. 그리고 개인소득 2만 불에 인구 5천만이 넘는 20-50 클럽의 7번째 국가가 됐다.
이렇다할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교육이 없었다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양질의 공교육을 했기 때문이다. 온갖 어려움에도 우리 교육의 질을 지킨 이가 바로 우리 교사들이다. 한국교육을 찬양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그래서 한국 교사를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s)”로 칭송했다.
최근 “어느 나라든 한국처럼 성공할 수 있고 성장이 불가능한 국가는 없다”는 신념으로 글로벌 빈곤퇴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 세계 지도자가 있다. 12대 세계은행 김용 총재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내가 뼛속 깊이 새긴 경험”이라고 했다. 유엔 수장으로 연임에 성공한 반 기문 총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두 인물은 무엇을 경험했나? 극심한 가난을 극복한 경험이다. 세계 역사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험이다.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 수립 후 공교육의 양과 질이 매우 짧은 시기에 눈부시게 발전한 덕이다. 한국 교사들도 그 경험을 뼛속 깊이 새기고 있다. 우리 교육이 그토록 국제 경쟁력이 있는 것은 교사가 묵묵히 현장을 지켰기 때문이다. 교실 칠판을 지킨 백묵과 그 가루에서 가난을 딛고 일어나는 에너지가 솟아났다.
우리 공교육이 보여준 경쟁력은 국제비교 연구에서도 입증된다. 세계은행의 연구진은 1960년대 한국과 아프리카 가나의 경제수준은 비슷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졌다고 보고했다. 가나뿐만이 아니다. 소위 BRICS로 불리는 신흥 개발 국가인 브라질의 경우도 60년대에는 한국보다 잘 살았다.
한국이 단시일 내 초등의무교육을 완성하고 곧이어 40여 년 만에 중등에 이어 고등교육까지 보편화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중등과 고등교육의 “동시 보편화”라 함직한 이 현상은 세계 교육사상 그 유례를 찾기 어렵다. 한국 학생들은 12세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학력 국제비교에서 1980년대 이래 늘 세계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교육사상 유례없는 발달 현상을 통칭해 “한국교육의 발달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반 기문 총장이나 김 용 총재가 승부수를 던진 글로벌 빈곤 퇴치를 위해 이런 한국교육 발달 경험을 세계화할 시기이다. 그리고 이 경험을 평생 동안 체화한 전문가가 바로 50,60,대의 현장 교사다. 지금도 교직에서 은퇴한 후 오지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분들이 상당수 있다. 앞으로는 은퇴 이전에 국제수준의 교육의 질을 온 몸에 답지한 교사가 5대륙으로 나가 세계 교육의 질을 지킬 때가 왔다.
한국 교사들이 한국교육이란 제한된 틀을 벗어나 무지, 질병, 빈궁 탓에 인간 이하의 삶으로 고통당하는 세계인들을 위한 세계교육을 염려하고 그 발전과 질 관리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 일에 정부가 눈을 떠야 한다. 지금까지 세계를 누비는데 선두에 선 사람들은 선교사들이었다. 그들도 역시 사명자로서 오지를 찾았지만 이제 교사들도 이들 못지 않게 고통을 나누는데 동참한다면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