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아! 2014 갑오년 새해가 밝아왔구나. 시간은 이렇게 가go 오go 하는 게 인생이 아니겠니? 무엇보다도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모두 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시기임에도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한 너에게 축하를 보낸다. 요즘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 주위의 젊은이들의 삶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해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다는 어느 청년의 글은 “안녕들 하시냐길래, 올 한해 내 삶을 돌아봤어요”로 시작한 글을 읽었단다.
봄에는 학점을 따기 위해 공부만 했어도 B+밖에 못 받았고, 평점이 4.0이 넘었지만 학점 괴물들 탓에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여름에는 새벽 6시부터 학원에서 토익 공부를 했고, 가을에는 ‘진짜 나’는 하나도 들어 있지 않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푸줏간에 걸린 돼지고기가 된 것 같았다고 자학했다. 면접에 실패해 신생아처럼 우는데 들려온 “이 세상 살다 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거야”라는 이문세의 노랫말은 그에게는 ‘터무니없이’ 해맑게 들렸다니 우리는 제각기 자기의 입장에서 들려오는게 아닐까?
넌 일찌기 수도공고를 선택하여 자신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것을 보니 정말 대견스럽다. 네가 다닌 학교의 취업률이 올해 94%를 넘었다니 자랑스럽구나. 그러나 취업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는 마음으로 세상에 나가기 바란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대학에 진학하기만을 고집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난 너처럼 발상을 바꾸고 방법을 찾으면 못할 게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올해 우리학교 졸업생 가운데도 전체 성적이 2%내에 드는 학생이 특성화 고교를 진학하였단다.
그러나 아직도 이 땅의 대다수 젊은이는 수능과 대기업 공채라는 ‘외길’에 갇혀 좌절하고 있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 실력은 최고다. 25~34세 대졸 비율은 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영어 실력은 비영어권 1등, 수학은 세계 1위다.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다니 1위면 무슨 도움이 되겠니?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행복한 20대는 절반(46.4%)이 안 됐다. 20대들의 걱정의 절반(53.2%)은 "일자리와 교육”이라고 한다.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40.4%로 OECD 평균(50.9%)에 한참 모자란다.
원인은 고학력에 따른 대기업 지원 쏠림, 지방 근무 기피 등에 따른 미스매치(구인·구직 불일치)다. 경기개발연구원은 미스매치에 의한 실업자를 40만 명으로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실업 손실 추정을 대입하면 장기적으로 약 30조원의 소득이 날아가고 있다. 청년단체인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이력서 한 장을 쓰는 데 필요한 스펙 비용도 1인당 4269만원에 달한다니 이 돈은 누가 부담하고 있을까. 이렇게 해도 벽은 높다. 아직도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취업을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 4수 중인 김모(29)씨는 학점 4.3점(4.5점 만점)에 토익은 900점에 육박한다. 그는 “그저 그런 기업에 갈 수 없다는 압박감에 접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1996년 대학자율화 이후 대학이 많이 설립되어 대졸자가 급증하면서 ‘대학 나왔으니 대기업에 가야 한다’는 도식적 사고에 모두가 갇혔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에 대하여 정치인과 행정을 한 지도자들이 결국 책임을 져야하는데 지금 책임지는 정치인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형편이다.
넌 이제 평생학습시대를 대비하여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가를 찾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직장에서도 네가 없으면 안된다는 상사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네 자신을 잘 갈고 닦기를 바란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기에 학습하지 않고는 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으니그렇게 지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무엇보다 건강도 잘 챙기면서 삶의 여유를 만들어 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