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궁지에 몰린 상황을 딜레마로 파악한다. 이를 중대한 정책결정과 관련지어 분석적으로 내린 개념은 "두 개의 가치가 선택상황에서 나타날 때, 어느 한 가치의 선택으로 나타나는 기회손실이 크기 때문에 어느 대안도 선택이 곤란한 상황"으로 정의한다.
NEIS 문제를 딜레마로 볼 수 있을 것인가. 개념 정의에 비추어 엄격히 말하면, 딜레마에 해당되지 않는 유사 딜레마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관심집단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NEIS 문제에서 보여준 교육정책결정자의 대응을 딜레마적 시각에서 고찰해 보는 것은 NEIS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딜레마 상황에 맞닥뜨리면 정책결정자는 어떤 대응행동을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 일군의 학자들은 의미 있는 결과를 밝혔다. 선택을 회피하고 결정을 미루거나, 정책의 대상이 되는 집단들에게 오히려 딜레마 상황을 전가하거나, 비일관적 정책을 집행하거나, 정면 돌파를 시도하여 자신의 딜레마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책결정자의 대응행위를 시간의 흐름별로 기술하면, 인권위 권고 존중→NEIS 시행(4/11) →NEIS전면 재검토(5/26)→NEIS 재시행(6/1)→ 전교조 등 반발 계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교육부가 NEIS 시행을 발표한 것은 일단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집행과정에서 반발에 부딪히자, NEIS 시행을 전면 재검토(5/26)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4. 11일 발표한 내용을 유보하는 비일관적 대응행위에 해당된다. 유보하는 내용을 발표하자, 즉각 교총 등 관련집단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친다. 급기야 교육부는 NEIS 재시행(6/1)이라는 대응을 하게 된다. 불과 2개월도 채 못되어 시행→유보→재시행이라는 비일관적인 대응의 압축판을 보여주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고2 이하는 NEIS, CS, SA, 수기 중 학교자율로 선택하게 한 점은 결정에 대한 부담은 교육부가 떠않지 않으면서 시·도 교육청, 각급 학교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결정다운 결정은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방향이 분명히 정해져 있는 정책을 놓고 정책결정자들이 유사 딜레마에 빠져 정책 혼선을 거듭한 것은 교육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돌이킬 수 없는 실책으로 남게 되었다. 인권에 관해 문제가 있는 항목은 삭제하여 시행하고 견해가 다른 부분은 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수정하고 보완하는 지혜를 찾는다면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