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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우리는 전쟁 중단 상태의 교훈 잊지 말아야

전쟁은 인간이 만든 재난이고, 지진, 쓰나미 등은 인간이 대항하기 어려운 자연이 일으킨 재난이다. 20일 8시 2분 중국 쓰촨성에서 진도 7.0의 강진이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지역 가구 50%가 붕괴되고 부상자가 1만 천명을 넘었으며 사망자는 180명이 넘었다는 기사를 21일자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서 접했다.

쓰촨성 지진은 2008년에도 일어난 곳이지만 다시 이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런가 하면 최근 13일 일본 간사이 지역에서도 매우 강한 지진이 있었다. 진원지인 효고현 아와지섬의 진도 6약 수준이었다.

순간 머리에 스치고 지나간 것은 18년전으로 필자가 일본에 근무할 때인 1995년 1월 17일의 대지진 상황이다. 아침에 일어나 TV 보도를 보니 코베시의 철도와 고속도로 등이 무너지고 불타는 모습은 마치 폭탄이 투하된 전쟁터를 상기시킬 정도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흔히 ‘고베 대지진’이라 불리는 당시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진원지도 이번과 똑같은 아와지 섬이었다. 공교롭게도 지진 발생 시간도 비슷한 오전 5시46분이다. 당시 사망자 수 6434명, 부상자 4만3792명, 피해 규모 10조 엔이란 당시 대사고의 악몽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18년 전은 진도가 7이었고 이번에는 6약이다. 지진 규모도 당시의 M7.3에 비해 다소 약한 M6.3이긴 했다. 그러나 옆으로 흔들리는 일반 지진과 달리 이날 발생한 직하형 지진은 단층이 아래 위로 움직이면서 상하진동이 심한 데다 진원이 얕아서 설령 지진 규모가 작아도 큰 피해를 초래하기 쉽다. 지진 당시 힘없이 무너져 내렸던 오사카와 고베를 잇는 한신고속도로는 철근 강도를 3배로 늘리고 교각의 기둥도 폭을 2배로 키웠다. 건물 90%가 파괴되거나 불타버린 고베시 나가타구의 목조건물 밀집촌은 단단한 최신식 주택으로 바뀌었다. 시내 곳곳의 지하에 개당 100t짜리 방화 수조 200개가 배치됐다.

그리고 10년 동안 6개 분야 54개 테마로 나눠 고베 대지진 검증 작업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459개 항목으로 정리해 정책에 반영한 성과는 이번 지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효고현은 지진 발생 불과 7분 후인 오전 5시40분 ‘최악의 경우 사망자 10명, 부상자 76명, 가옥 1948곳 파괴, 피난자 1만6778명’이란 예측치를 발표했다. 지진 발생 한 시간도 안 돼 직원 90%가 출근했다. 이어 고베시 곳곳에 비축한 비상식 3000식, 담요 3000장 등 긴급 물자가 트럭에 실려 진원지인 아와지섬과 피해 예상 지역 곳곳에 도착한 게 오전 11시40분. 지진 발생 불과 6시간 뒤였다. 18년 전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만 하루가 지나서도 구체적 재해 대응을 못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13일 발표한 이번 코베 지진의 피해는 고작 부상자 24명. 18년 전의 교훈은 엄연히 살아 있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불과 5년전의 교훈을 되살리지 못하고 다시 큰 피해를 다시 당한 것이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자연의 파괴력 앞에 인간은 한없이 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며, 잿더미 속에서도 엄마와 아기가 구조되고 새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과 사의 갈림길이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우리도 이 땅에서 60여년 전 전쟁의 포화가 멈췄지만  아직도 죽음의 지뢰밭을 완전히 통과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전쟁 중단 상태이면서도 피비린내 나는 그 교훈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번 아시아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진 피해를 보면서 과거의 사건을 망각 속에 가두어 두고 반성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그 피해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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