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쿨리포터가 소개하는 서울국제고 태권도 승단 심사 현장
“하나, 둘, 어이!”
오전 6시, 서울국제고등학교(교장 윤인섭) 강당에서는 학생들의 우렁찬 기합소리가 들린다. 서울국제고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모두 매일 아침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태권도를 한다. 겨울 방학까지 1단 취득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는 것.
입시가 강조되는 현실에서 한 시간이라도 공부에 매달려야 할 고등학생들이라지만 서울국제고는 ‘태권도 5대 정신’인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에 중점을 두고 태권도 지도를 위해 힘써오고 있다. 왜 서울국제고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전교생이 태권도를 하는 것일까?

태권도는 전 세계 수련인 인구만 약 7000만 명을 두고 있는 국제 공인 스포츠로 평화와 공정성을 추구한다. 태권도 교육의 이러한 정신은 ‘조화로운 세계의 창조’라는 서울국제고의 지향점과 일치한다. 이 때문에 서울국제고에서 학생들에게 아침 자습 대신 태권도로 체력도 기르고 대한국민이 지녀야 할 자긍심을 가꾸도록 하는 것이다.
서울국제고에서는 매년 1학년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승단 심사를 연다. 승단 심사는 태권도 협회의 전문심사위원을 불러 개최하는데, 올해는 모두 152명이 승단심사를 받았다. 일 년 동안 꾸준히 쌓은 태권도 실력을 검증받는 자리에서 응시하는 학생들은 필수 품새와 선택 품새를 하나씩 외워 심사를 받고, 겨루기 시합을 통해 평가받는다. 심사 내내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아침마다 갈고닦은 실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1학년 이현정(16) 양은 “심사 때 설레고 떨렸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며 뿌듯해 했다.
신정혁(32) 사범은 “아침마다 꾸준히 태권도를 함으로써 심신을 단련시키고, 기술을 가르치기보다는 인내와 도전정신을 키우는 점에 주력했다”며 학생들을 응원했다.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태권도협회 김종수(30) 연구위원은 “요즘 교육목표의 추세가 지덕체(智德體)가 아니라 ‘체덕지(體德智)’로 바뀌고 있는 곳이 많을 정도로 체육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공부뿐만 아니라 태권도를 통해 심신을 단련시키는 것을 보니 뿌듯하다”고 심사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심사에 통과한 학생은 143명, 안타깝게도 9명은 1단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이 학생들은 한 해 동안 더 연습해 연말에 다시 도전하게 된다.

윤인섭 교장(60)은 “학생들이 태권도를 통해 우리 학교의 교훈인 ‘Our Hearts in Korea, Our Eyes to the World (마음은 한국에, 눈은 세계로)’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기면 좋겠다”며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세계에 널리 보급하는데도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아침마다 외치는 서울국제고 학생들의 힘찬 기합소리가 바다 건너까지 전해지기라도 한 것일까? 서울국제고의 아침 태권도 운동은 싱가포르에 있는 주롱전문대(Jurong Junior College)에 소개돼 이 학교에 태권도부를 개설하는 데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개설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학생과 선생님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앞으로도 아침 태권도 운동이 서울 국제고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많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울국제고등학교 스쿨리포터
글 : 황수경
사진 : 이예림
취재 : 기예진, 주유진
지도교사 : 최온희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