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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그곳'엔 '그들'이 '함께' 있었다.


어제 출근길의 일이다. 주차장에서 내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중앙형관으로 들어가려는데, 저 멀리 담장 한 귀퉁이에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보인다. 나무 한 그루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마치, 나무와 대화라도 나누는 듯

너무 궁금했다. 그분이 보고 계셨던 게 뭘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건 걸까.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오늘 아침. 조금 일찍 출근해 교장선생님이 서 계셨던 그 곳에 몰래 다가가 보니, 요렇게 어여쁜 무궁화가 피어있었다. 대찬 빗물을 흠뻑 머금어 한눈에 봐도 촉촉한, 7월의 싱그러운 무궁화라니~!!! 게다가, 활짝 피어오르기만을 기다리는 연둣빛 꽃몽우리들의 든든한 호위까지 받으며 그렇게, '그곳'엔 '그들'이 '함께' 있었다.

여태껏 내가 보아온 교장선생님이 계신 곳은 텅빈 교장실이거나, 교사들을 감시하는 복도이거나, 형식적인 화합을 도모하는 회식자리이거나, 학생들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몸을 비틀고야 마는 운동장 한가운데 외로운 단상이었다.

하지만 우리 교장선생님을 뵙게 된 곳은 주차장 한켠의 담장 앞, 무궁화 꽃 핀 화단이라니!!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은가!! 올해 처음 교장선생님이 되셨다는 그 분은 눈동자부터 달랐다. 눈에서 빛이 났다. 차근차근히 본인의 소신을 이야기하셨고, 이상을 이야기하셨다. 말 뿐인 이상이 아닌, 실천하는 이상이었다. 선생님들 개개인의 사고를 이해하고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바쁜 시간 쪼개어 교사들의 수업 전 과정을 진중하게 참관하고 뼈아픈 한마디와 아낌없는 칭찬까지 서슴없이 퍼주셨으며 직원회의 석상에서는 `너 이렇게 해라` 가 아닌, `내가 이렇게 먼저 보여주마` 하며  일방적인 전달사항만 나열하고 끝나는 무미건조한 회의가 아닌,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사고의 나눔터이자 공유할 수 있는 연수의 장을 솔선하여 활짝 열어 주셨다.

'그곳'에 있었던 '그들'을 바라보며 문득, 우리 교장선생님이야말로 무궁화와 같은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자신은 활짝 피어있지만, 홀로 피어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연둣빛 몽우리들과 `함께` 피어나고자 하는 분! 그렇게 느껴지니 나도 그분과 더불어 한껏 피어오르고 싶어졌다. 교사로서의 열정을 담뿍 안고서…

이런 순수성이라면, 육신의 수고로움과 정신의 피곤쯤은  가뿐히 견뎌낼 수 있을것 같았다.  아 ! 참으로 오랜만에 뜻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분을 만났다. 부디 어제 그 곳에 서계셨던 그 분도 오늘의 나와 같은 생각이셨기만을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마음 속에 있는 순수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친 연둣빛 몽우리들도 더불어 함께 활짝 피어오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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