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때문에 어제 저녁에도 “당신은 노는 날 아이들과 좀 놀아줄 생각은 않고” 하면서 아내와 다투고 혼자 낚시 가방을 메고 터덜터덜 헌 운동화를 끌고 집에서 1킬로미터쯤 떨어진 저수지로 향합니다.
낚시란 늘 갈 때 기분이 좋고 바쁜데 오늘은 빨리 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입니다. 빨리 가서 낚시를 담그면 금방 대어들이 줄줄이 이어서 달려 올 것 같은 그 기분에 집을 나서자마자 다 잊어버리고 바쁜 걸음으로 급하게 갑니다. 아침에는 아내와 싫은 소리를 했지만 늘 하던 그대로 점심시간 쯤에는 화가 풀려서 아이들을 데리고 점심을 싸 가지고 오겠지 생각하면서, 가는 길에 남의 밭에 잘 키워 둔 풋 마늘 몇 대궁을 뽑아 매운탕 준비도 해 가지고 갑니다.
낚시를 담근 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입질 한번 없이 접이 식 의자 아래에는 담배꽁초만 소복하게 쌓여갑니다. 물가에 소변을 보면서도 요놈 고기들이 이 때를 노리고 있을지 몰라 하면서 찌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볼일을 보면서도 찌를 봅니다. 12시가 가까워 오고 저수지 저쪽 가에 아내와 아이들 모습이 보입니다. 식구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는가 봅니다.
고기는 한 마리도 못 잡았고, 아이들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아내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제 더 미룰 수가 없습니다. 아따, 모르겠다. 의자에 앉은 채로 그냥 둑 아래로 굴러서 몸을 숨겼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둑 밑에서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금방 있던 아버지가 안 보인다며 “물에 빠진 건 아닐 까요”하며 물 속을 들여다보다가 큰 놈이 수영을 할 줄 안다며 들어가 봐야겠다고 옷을 벗는데 아내가 말립니다.
아내는 빈, 고기 망태기를 보고 눈치를 챘는지 아무 말도 없다가 “너희 아버지 고기 잡는 기술은 동내 사람도 다 알아 주는데” 이때 고기 잘 잡는 걸 한번 자랑 해야겠다. 둑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서 둑 저편에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는 어부네 집으로 달렸다. 어부네 집에서 붕어 3 만원어치를 사서 다시 둑 밑으로 살금살금 기어와서 짜잔, 하면서 붕어를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우리 아버지 최고라고 하고 있지만 아내는 거물에 걸린 고기들의 아가미에 눈이 머물고 있었다. 고기는 못 잡고 여러 번 사 가서 아내는 낚시로 잡은 고기와 거물로 잡은 고기를 가려 낼 줄 압니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의 채면을 살려주려고 너희 아버지 낚시로 이렇게 많이 잡은 것은 이 저수지에서 아마 신기록일거야 하며 빨리 매운탕을 끓이자고 합니다.
둘이 있을 때 아이들이 안 볼 때는 낚시 못 가라고 싸웠지만 사 온 걸 다 알면서도 아이들 앞에서 최면을 살려주는 아내가 오늘은 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부인가 봅니다. 이 세상에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사람은 그래서 아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