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출근 시간의 동대구역입니다. 대합실과 광장은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구석진 대합실에다 신문지를 깔아서 자고 일어나 눈을 비비며 눈곱을 뜯고 있는 노숙자에게 교복은 안 입었지만 중학생으로 보이는 학생이 다가와 만 원 짜리 한 장을 내밀며 “아저씨 담배 두 갑만 사 주면 안 될까요?” “왜, 네가 사지 그래” “가 봤는데, 나이 어리다고 담배 못 준데요.” 노숙자는 말없이 생각에 잠깁니다. ‘내 비록 노숙은 하지만 중학생의 이런 심부름을’ “담배 안 사가지고 가면, 저는 맞아 죽어요.” “누구한테 맞는데” “지금 볼때기 몇 대 맞고 왔어요. 저기 형들 보이지요. 아저씨 천원 드릴 테니 좀 사 줘요” ‘저녁도 못 먹었는데 천원이면 컵라면이 하나잖아’ “알았다 같이 가보자” 둘이 매점으로 가서 노숙자가 말했습니다. “담배 두 갑하고 라면 한 개” 담배 두 갑은 학생이 받고 물 부은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하나는 아저씨가 받고 중학생이 만 원을 내고 잔돈도 받았습니다. 아저씨는 신문지 깔아 논 곳으로 가고 나는 학생을 멀리서 따라 갑니다 이야기가 들리는 곳으로 따라 다니며, 눈치 채지 못하게 지켜보는 것도 불안하고 떨립니다. 학생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라면 값을 보태 쥐고는 담배를 사오라고 한 고등학생들이 있는 데로 갔습니다. “도망갔으면 너는 죽었어.” “도망 안 갔잖아요, 잔돈 여기 있어요.” “그건 너 가져, 그리고, 빨리 꺼져” 중학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듯 빠져 나가고 세 사람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공중으로 뿜어냅니다. 세상이 무슨 불만으로 가득 찬 듯이 나도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습니다. 긴 의자에 앉아 한참을 생각해 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노숙자, 매점 누구의 잘못인가? 그걸 보고 말 한 마디 못한 나는 우리 모두의 잘 못인 것 같긴 한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