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한 마디로 ‘공부 공화국’이다. 공부의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밤낮없이 공부한다. 이들뿐이랴. 대학생은 취업을 하기 위해, 직장인은 자기 분야에서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 불철주야 공부에 몰입한다. 게다가 이제는 책으로만 공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걸어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렇게 온 나라가 교실이고 공부방인 이 시점에 우리는 한 번쯤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공부(工夫)라는 말은 일차적으로 ‘도구를 쓰는 위대한 사람’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좀 더 풀이하면 ‘머리라는 도구를 써서 일하는 위대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런 위대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여러 가지 구분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캐기’와 ‘짓기’로 나눌 수 있다. 땅속 깊이 묻힌 것을 뻘뻘 힘들여서 캐내는 일이 곧 공부다. 추리 소설의 주인공이 작은 단서들을 오랫동안 캐고 따진 끝에 마침내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내는 것과도 같은 일을 공부는 해내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원인을 탐색하고 캐내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그러나 ‘캐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짓기’이다. 공부는 ‘캐기’에서 시작하여 끊임없는 고통의 ‘짓기’를 거쳐 완성된다. 이러한 짓기는 농부의 농사짓기처럼 인내와 지속성을 요구한다. 농부는 괭이로 땅을 갈고 밭을 일구고 호미로 이랑을 내고 씨를 뿌리고 싹이 나면서 풀을 맨 뒤 마침내 수확을 거둬들이는 긴 과정이 농사짓기라면 공부 역시 이처럼 지어져가는 것이다.
이같은 힘겨운 노동과 물씬물씬한 땀의 결정없이는 공부의 수확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아니 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공부하려는 사람은 고통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고통을 우리가 즐겨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부의 1원칙, 세상에는 공짜가 없듯이 공부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상도 있다. 공부의 2원칙, 공부는 노력하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IT와 글로벌리즘 시대가 되고보니 모두가 바쁘기 그지없다. 이에 모든 것을 후다닥 해치우는 습성을 가진 사람이 늘어갈 것이다. 심하면 날치기가 되는 경우인들 아주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이렇게 되면 졸속 공부가 되어 끈질기에 캐고 따지는 일이 소홀해지기 쉽다. 끈기와 줄기참이 공부에는 필수적이다. 아무리 속도가 중요한 세상이라도 공부는 자기 속도에 맞춰야 하기에 스터디(study)는 스테디(steady)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