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일간지를 보던 중 너무 반가워 시선이 딱 멈춘 기사가 있었다. ‘알림-황순원문학제’ 소식이었다. 나의 시선이 딱 멈춘 것은 참가학생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지난 해 나는 학생들을 인솔하여 10월 4일 열린 황순원백일장에 다녀왔다.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소나기마을’에서 열린 백일장이라 사실 큰맘 먹어야 갈 수 있는 대회였다.
백일장은 황순원문학제 행사의 하나로 열린 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대학교처럼 그냥 백일장만 하는 대회보다 자칫 소홀할 수 있는 ‘함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점심시간이 낀 백일장인데도 학생들 식사제공은 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이는 손님을 집에 초대해놓고 식사대접도 하지 않은 결례나 다름없는 일이다.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작고한 문인추모 백일장의 경우 좋은 일 하면서 욕 얻어먹기 십상이기도 하다.
한국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황순원의 문학적 업적을 기린다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오라해놓고 밥도 안주냐’는 불만 등 나쁜 인상을 심어줘서야 되겠는가? 그러기에 참으로 인색하고 치사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생각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같은 달 열린 경남 하동의 ‘토지문학제 학생백일장’에서 점심을 주지 않은 사례까지 낱낱이 적어 신문에 보냈다. 그럴 듯했는지 신문에서는 즉시 내 글을 게재했다. ‘밥도 안주는 문인 추모백일장’이 그것이다.
그 덕분에 황순원백일장이 지난 해와 다르게 점심식사 제공을 하기로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백번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지역축제의 하나로 열릴망정 백일장참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설마 예산이 없어 점심제공을 못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실제 참가학생 점심제공에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또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인터넷·메일·팩스 등 사전 접수로 대략적 인원을 파악하고, 도시락을 배달해오면 될 일이다.
당연히 지역업체를 이용하게 되므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대학교 백일장말고도 목정문화재단백일장(전북 전주시)·조병화백일장(경기도 안성시)·윤선도백일장(전남 해남군) 등 점심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지난 1학기 때 참가했던 경북 고령군의 이조년백일장, 충북 옥천군의 지용백일장, 전남 강진군의 영랑백일장 등 지역축제와 연계한 문학제 백일장에선 여전히 ‘나몰라라’하며 점심제공을 하지 않는 곳 또한 많다.
어느새 점심을 학교 급식으로 대신한지도 10여 년 되었다. 가족나들이라면 혹 모를까 대한민국의 어느 엄마가 문인추모 백일장을 가는 자녀 도시락을 싸줄 수 있을까? 그런 ‘탁상행정’으로 문인추모 백일장을 연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예산지원을 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돈만 퍼주지말고 이 점을 유념, 대회가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챙기기 바란다. 응당 지원되는 예산은 지차체 쌈짓돈이 아니다. 지역문인협회나 행사추진위원회 것은 더욱 아니다. 다름아닌 국민세금의 일부이다.
‘토지백일장’ 등 8~10월에도 많은 백일장이 열린다. 나는 일선 글쓰기 지도교사로서 힘주어 말한다. 새벽에 출발하느라 아침밥을 쫄쫄 굶고 백일장에 나서는 제자들이 점심도 굶거나 늦게 먹어야 하는 ‘고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