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2학년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대상 학년이라는 것이다. 지금 시점 이들 학년 학생들과 담임 또는 담당교사들, 그리고 관련 관리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들 편치 않은 상태일 것이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시기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평가 대상인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평가 결과에 자유롭지 못할 지도교사는 지도교사대로, 평가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결과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고 책임져야할 일선 학교장과 교육청 주관 부서 또한 나름대로 초연하게 있기에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주는 부담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각종 언론을 통하여, 또는 주변 교육계 자체 소식을 통하여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대비에 따른 이런저런 부작용과 잡음이 올해도 어김없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저녁 늦게까지 이어지는 보충학습, 문제풀이 위주의 진행, 부진학생에 대한 무리한 대응 등이 주 내용이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대하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부정하고 거부하는 입장만큼이나 위험하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 초등학생들에게조차 저녁 늦게 까지 남겨 수업을 시킨다는 것은 신체적인 발달 면으로나 정서적인 면으로나 무리가 따른다. 더구나 수업내용이 흥미와 적성을 담아내지 못하고, 창의성 신장과는 동떨어진 문제풀이 위주로 채워지고 있다면 이는 심하게 말해 학대에 가깝다.
이런 행태는 학교 현장에서 직접 이를 수행해야 하는 지도교사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가중되는 수업시간으로 인한 체력적 문제와 평가의 중압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물론이거니와 올바른 교육방법에서 벗어나지만 어쩔 수 없이 비정상적으로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서 오는 내적 갈등과 자괴감, 아이들에게 향하는 미안한 마음은 교육적 에너지의 손실이다.
교육당국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실시의 의미와 목표가 잘못 이해되고 훼손 되어 이런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지난 1월에 있었던 교원연수의 한 특강 자리에서 교과부의 고위 인사가 교육청과 일선 학교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진의를 잘못 받아들여 일부 부작용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며 학교 현장과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교과부의 인식은 마치,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달은 안보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며 답답했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의 고사(古事)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달이라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의미와 목표가 있는데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이를 잊고 손가락만 보며 비정상적으로 대처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잘못은 없을까? 달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손가락이 위치를 바꿀 필요는 없을까?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가지고 시·도교육청 평가를 하고, 교육청은 다시 학교평가를 하는 등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의 위력과 현란함에 현혹되기 쉬운 상태에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본래의 순수한 목적과 취지만 바라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부작용이 전체가 아닌 일부의 일이라 해도 부작용이 존재하고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면 교육당국은 달을 못 보는 교육 현장만 탓할게 아니라 달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도록 손가락의 방향을 전환해 주는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겠다.
그래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학교나 지역 간 경쟁의 잣대로만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고, 기초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선별하고 학습 결손의 정도를 파악하여 맞춤식 보충 학습을 투입함으로써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미래의 학업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본연의 달빛으로 환하게 보여 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교육자를 대표하는 최대 교육전문가 단체인 교총에서도 타 단체가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비판하고 있다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로 교육 현장이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문제점까지 떠안고 가게 할 것이 아니라 개선책을 연구하여 새로운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교육적이고 대승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