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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참새 좀 살려 줘요

봄날이라고는 하지만 수은주는 벌써 30도를 올라 있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후덥지근한 날이다. 막 출근을 하고 윗옷을 벗어 놓고 삽목해 둔 국화에 물을 주고 있는데 5학년 어린이가 숨을 몰아쉬며 헐레벌떡 뛰어 왔다.

“선생님 참새가 죽어 갑니다.”
“빨리 좀 살려 주십시오.”

살펴보던 보건 선생님 한참을 생각하더니 “거기 나무 밑에 두세요, 엄마가 와서 데리고 갈 수 있게요.”

어린이는 조심조심 캐나다 국기 모양을 한 양버즘나무 큰 잎을 하나 뚝 따서 깔고는 곱게 앉혀 봅니다. 참새는 힘이 빠져 또 쓰러집니다. 어린이는 앉히려고 하고 참새는 자꾸 쓰러지기를 여러 번 하고 있을 때 구경하는 어린이들도 자꾸 늘어갑니다. 보건 선생님 소리를 지릅니다.

“빨리 교실에 안 들어가고 뭘 하고 있어.”

어린이들 교실로 들어가면서 자꾸 뒤를 돌아봅니다.

“참새 엄마가 정말 데려 갈까?”
“그런데, 어린 참새가 어떻게 해서 다쳤어?”
“우리 골목에 도둑고양이가 한 마리 살고 있어서 고양이에게 물린 것 같기는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어.” 등등의 여러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1교시 공부가 끝나기가 바쁘게 그 반 어린이들이 몰려 나왔습니다. 한 반의 어린이들 모두 다 해야 기껏 30여명인데 60여명은 모인 듯 합니다.

“봐 참새 어머니가 데리고 갔잖아, 맞지.”
“참새를 내가 학교로 가지고 뛰어 올 때 엄마 참새가 짹짹거리며 학교 쪽으로 가는 걸 보다가 한참을 따라 오고 있었어.”
“그래 엄마가 데리고 갔으니 잘 보살피겠지.”
“맞아 맞아.”

썰물이 빠지듯 어린이들이 모두 교실로 들어갑니다. 아기 참새를 엄마 참새가 데리고 갔으니 이제 마음이 놓입니다. 아기 참새가 불쌍하다는 생각에 공부도 못했는데 이제 공부가 잘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보건 선생님의 생각을 몰라 계속 살펴보았습니다. 보건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수업을 하는 1교시에 보건실에서 나와, 양버즘나무 잎에 죽은 아기 참새를 국기게양대 옆 무궁화나무 아래에다 아무도 몰래 묻고 들어가는 모습을 난 보았습니다.

그 뒤에 참새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보건 선생님의 깊은 생각이 계속 머리 에 남습니다. 또 어린이들이 참새가 죽은 모습을 보고 놀랐을 모습도 잠시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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