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순하게 아이들에게 물어 보자. 놀기보다 공부를 좋아하는가? '아니다'고 답할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의 주제는 특히 학부모와 선생님들의 주제는 항상 공부다. 그래서 어른들은 학교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 아이들을 다른 배움터로 안내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지 아는 부모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당장 눈앞의 점수를 따는 데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이는 공자의 언행을 수록한 '논어'의 한 구절로 공부에 대해 말이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보다 즐기는 사람 쪽이 낫다”는 의미다. 그런 공자가 “정말로 학문을 좋아하는 제자가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안회가 그러했다. 그만큼 학문을 좋아하는 자는 없다”라고 답했다. 이를 보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안회는 공자의 제자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수재로 장래가 촉망되었지만 요절하였다. 그가 죽었을 때, 공자는 “하늘이 나를 버렸구나”라고 한탄했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공자는 안회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이 일화는 동시에 학문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 얼마나 얻기 힘든 재능인가를 말하고 있다.
좋아하거나 즐거워한다고 하면 어감상 간단한 것처럼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자는 “배운다는 것은 인격 형성과 직결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때문에 학문에 대한 자세를 갖추고 있는 인덕을 구현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 '논어'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에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확실한 지식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이것은 “배움을 통해 여러 가지 지식을 얻어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 지식은 확실한 것이 될 수 없다. 자기 혼자 생각할 뿐으로 배우지 않으면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공자는 배워서 지식을 얻는 것,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두 바퀴로 삼아 살아가지 않으면 훌륭한 인격을 형성할 수 없으며, ‘인(仁)’이라는 최고의 인덕은 학문을 함으로써 몸에 익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많이 공부하면 풍요로운 인간성이 자라난다”고 믿어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근면한 국민성이 길러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현대인은 공부와 인격의 연결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 같다. 따라서 공부를 잘해서 연구 실적이 높은 학자가 모두 훌륭한 인격자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예를 우리는 수없이 많이 보아왔다. 그렇지만 공자가 제시한 ‘공부를 하면 풍요로운 인격이 길러진다’라는 가설은 한 번 믿어도 좋지 않을까?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을 공부에서 발견함으로써 마음도 인생도 풍요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무언가에 흥미를 붙여 공부를 시작하면 그 분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과거의 자신보다 훨씬 마음이 풍요로워져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이상, 기왕에 멋지게 살아갈 생각을 해 본다면 그런 지적인 흥분을 느끼는 쪽의 인생이 더욱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공부를 하는 것은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전에는 분야와 상관없이 현대를 살아가는 선배들의 지혜가 응축되어 있다. 입구가 어디든 그로부터 고전으로 소급하여 공부하면 대단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금 일본에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공자의 논어를 가르치는 붐이 일고 있다. 아이들용 논어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다.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어찌 아이들 스스로가 공자를 알 것인가? 논어라는 책을 살 것인가 궁금하지 않는가?
아이들의 주변에 항상 어른이 있다. 좋은 본보기의 어른, 아니면 별로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는 어른이 분명히 존재한다. 아이들은 단순히 자연 속의 환경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배우면서 살아 간다. 어린 아이들에게 적절한 자극을 하여 스스로 지적 즐거움을 찾아가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한다.
지금 아이들의 부모 세대는 공부에 목말라 있었다. 이러한 학부모들의 의식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메시지로 전달된다면 우리의 지적인 분위기는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러한 소리를 잔소리가고 생각한다. 엇박자이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