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입은 현장퇴근하자마자 긴급뉴스로 일본의 지진 속보를 전하여 케이블 방송을 통하여 일본 NHK를 시청하였다. 11일 오후 3시경 일본 열도를 경악에 빠뜨린 초대형 쓰나미는 동북부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해안 지방을 단숨에 삼킨 것이다. 바닷물은 빠른 속도로 해변가를 거쳐 육지 깊숙이 휩쓸어 집과 논밭, 공장지대가 순식간에 수면 아래로 빨려들어갔다. 둥둥 떠다니는 것은 소나 돼지가 아니라 목조 주택과 건물, 선박, 자동차였다. 주민들이 얼마나 죽었는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일본의 긴급 재난 방송은 "되도록 튼튼한 콘크리트 건물의 3, 4층으로 대피하라"는 얘기만 숨가쁘게 쏟아냈다.
예상을 못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급습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해 대비 체제를 갖춘 일본 정부 관계자들도 속수무책으로 허둥대며 의회에서 답변하던 수상도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2시46분께 일본의 대표적인 지진 발생지역인 산리쿠 바다 밑에서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거대한 지진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쓰나미의 첫 파도는 그로부터 6분 뒤 미야기현 해안가에 도달했다. 50㎝ 높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지나자 초대형 쓰나미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미야기와 이와테현에선 7m를 넘는 파도가 마을과 도시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강력한 에너지를 품은 바닷물은 해안지역부터 차례로 가옥과 차량, 선박을 휩쓸어 나갔다. 재해상황에 대비해 설치해둔 NHK 카메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이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장면을 생생하게 중계했다. 미야기현 센다이만과 가까운 센다이 공항은 활주로가 침수됐고, 승객들은 급히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했다. 센다이의 빌딩과 아파트 곳곳에서는 화재가 잇따랐다.
이미 7m를 넘은 1파에 이어 닥칠 쓰나미 2파, 3파는 10m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충분한 대비 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터여서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번 쓰나미는 1896년 2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메이지 산리쿠 대지진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일부 해안 지역에선 파도의 높이가 20m를 넘었다니 놀랄수 밖에 없다.
지진에 익숙한 일본인들이 이번 대지진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지진의 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강력한 쓰나미의 가공할 위력 때문이다. 지진을 낳는 북미판과 태평양판 사이에 부드러운 퇴적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양쪽 판의 충돌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된다. 이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지진파보다 바닷물에 훨씬 큰 에너지가 집적된다는 것이다.
지진 피해는 오늘 졸업식을 거행한 도쿄의 한 중학교에도 피해를 입혀 부상자가 생겼다. 잘 발달한 도쿄역은 귀가하지 못한 샐러리맨들의 숙소가 되고 있다. 이렇게 큰 피해 앞에는 정부의 즉각적인 대응도 일정 시간까지는 한계가 있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주변 사람들끼리 질서를 지키면서 위험한 현상을 이겨내는 일이다. 먹을 것이 없고 불편한 큰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의젓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에 있다는 생각을 더하게 한다.
2005년도 3월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후쿠오카에 지진이 일어나면서 맨 처음 느끼는 불편 사항은 통신두절이었다. 전기가 끊기고 통화 부하가 걸려 통신이 어렵게 된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아직 일본과 같은 큰 지진 피해는 없는 상황이지만 전혀 완전지대는 아니라면 사전에 대비하여야 한다.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지진에 대비하여 모든 가족들은 하나의 공통된 약속을 하나 만들어 놓아야 한다. 모두가 연락이 없어도 거주지의 시청 건물 앞에서 모인다는 암묵적 약속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움직이는 상황에서 가족들을 만나게 하는 구원 소식이 될 수 있다. 일본의 지진 피해가 하루 속히 복구되기를 기원하면서 우리도 이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