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또 구설에 올랐다. 전격적인 체벌금지 조치에 이어 해당 학교 교사는 지원할 수 없도록 한 내부형 교장공모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중앙일보(2011.1.10)에 의하면 특정 교사를 교장으로 앉히기 위해 해당 학교 교사도 지원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꿨다는 것이다.
일반 독자를 위해 부연하면 교장공모제 유형은 내부형ㆍ개방형ㆍ초빙형 3가지다. 그 중 내부형은 교장자격증이 없는 20년 이상 경력의 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방식이다. 2007년 9월 1일 처음 시행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전교조의 교장선출보직제를 일정 부분 수용, 현행 승진방식과 절충한 성격이 짙다.
내가 4차(2009년 3월 1일자 임용) 교장공모제 내부형에 직접 지원해본 바 해당 학교 교사 지원은 젊고 유능한 교사에게 길을 터줘 기존 승진제도로 인한 폐해를 줄여 보려는 당초 목적이나 의도가 훼손될 여지가 많아 보인다.
우선 교장공모제 실시 학교 교사의 지원은 게임의 룰을 크게 어기고 있다. 교장공모에 권한이 막강한 학교운영위원들과 평소 자연스럽게 접촉, 사전선거운동을 하게 독려하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새 지원자는 학교운영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데, 해당 학교 교사는 이미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그렇듯 원천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게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인 것이다.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떠도는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누가 봐도 해당 학교 교사가 지원했다면 그런 내정 소문은 필유곡절일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게 내정할 양이면 공모는 뭐하러 하고, 왜 멀쩡한 사람 들러리 세워 병신 만드는 것인지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하려는 지원 교사의 의지가 꺾이는 상실감 내지 허탈감은 누가 보상해주나?
사전에 학교장이나 학교운영위원들을 만나 확실한 도장을 찍은 후 지원에 나선다면 그것 역시 눈가리고 아웅이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세간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터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선거때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처벌이 엄혹한 것과 비교해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또한 사전 접촉의 사전선거운동인데, 그냥 악수만 하고 식사나 한 끼니하는 것으로 그칠지도 의문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에 하나 모종의 금품수수 따위 같은, 소위 표심을 잡을만한 유혹에 노출되어 있는 제도라면 하루속히 고쳐야 맞다.
자신의 아들이나 딸이 다니는 학교의 교사가 만나자는데 단호하게 거절할 학교운영위원이 그리 많지 않다면 새 지원자로선 이미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변죽 올리고, 깨끗한 승복을 강조한다면 그것 또한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진행과정이 그렇다면 승진에 목매 오로지 예스맨으로서의 길을 걷는 승진제도와 다를게 뭐 있겠는가! 그런 폐해를 줄이거나 없애보고자 도입한 교장공모제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라면 무자격교장 논란과 상관없이 폐기하는 것이 옳다.
선거판이 진흙탕이고 사회가 썩었어도 교육만큼은 그래선 안된다는 것이 교사로서의 나의 소신이다. 여느 선거판과 같은 양상이라면 교장공모제에 참여한 자체가 실책이요 오류라 아니 할 수 없다. 자꾸만 그런 생각이 떠오르고, 이내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