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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장삿속 흐르는 대학교 백일장

고교의 글쓰기 지도교사인 나는 2010년 개교100주년기념으로 서울산업대학교가 실시하는 전국고교생문예백일장 안내를 유심히 보았다. 자세한 내역을 알아야 학생 참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참가비가 1만 원인 것을 알고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는 돈을 내가며 백일장에 참가할 학생이 없는 걸 잘 알고 있어서다. 하긴 중앙대학교·숙명여자대학교 등 2만 원의 참가비를 버젓이 받는 백일장대회도 있으니 그보단 양반일지도 모르겠다.

단국대학교의 경우 참가비는 없지만, 심지어 백일장참가 학생을 인솔한 지도교사 차량의 주차비를 받기도 했다. 그 황당함이 얼마나 컸던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참가비는 미술실기대회(사생대회)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더욱 ‘단가’가 올라간다. 서울 소재 대학의 경우 4~5만원, 지방대학에서도 보통 2~3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말이다.

장삿속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런 대회는 전문계고교 문예지도 교사인 내가 볼 때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대학교 주관의 백일장이나 미술실기대회의 또 다른 목적은 학교홍보일 것이다. 자기 학교를 알리려면 그만큼 홍보비를 써야 맞다.

당연히 경기대학교·광주대학교·우석대학교 등 대부분의 대학교가 그렇게 하고 있다. 실제로 참가비 따위가 전혀 없는 대학교 백일장에 가보면 필기구와 점심제공은 기본이다. 예산을 많이 확보했는지 어느 대학은 학생들에게 제법 값나가는 기념품을 주기도 한다.

참가비 받는 대학들의 재정상태가 너무 열악하여 그렇듯 고교생들의 푼돈이라도 챙기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주객전도된 장삿속 대회는 아직 가치관이 미숙한 우리 학생들에게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예컨대 해당 분야에 재능있는 학생이 참가비 부담 때문 참가조차 원천봉쇄 당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무슨 자격증을 따는 시험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순수한 글쓰기 겨루기일 뿐인데, 돈이 없어 아예 참가조차 할 수 없다면 얼마나 잔인하고 슬픈 일인가!

당국에서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그렇듯 영리를 목적으로 백일장과 미술실기대회를 개최해도 되는지 법률적 검토와 함께 신속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전 대학들 스스로 참가비 폐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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