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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백일장, 애들 울리지않게 실시해야

공모전이나 백일장에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지난 해 말 ‘애들 울리는’ 백일장대회를 만났다. 지난 해 3월 군산여상으로 부임한 나는 1년 동안 수십 군데 백일장 및 공모전에 참가했다. 글을 쓰려는 의지가 있고,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한다면 아무리 50대 중반 ‘늙은이’일망정 나는 망설임없이 ‘나를 따르라’며 그들의 지도교사가 되었다. 

‘50만 국제관광기업도시를 위한 백일장’(이하 ‘50만 백일장’)이 있던 그 날엔 공교롭게도 전북대학교 고교생 백일장도 열렸다. 마침 전북대학교 일정이 오전중 끝나 오후 2시 30분 시작인 50만 백일장도 참가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전주 사는 나는 아침 학교로 가 학생들을 태우고 전주에 왔다가 다시 군산으로 간 것이었다. 교장 · 교감선생님이 그런 나의 백일장 참가에 혀를 끌끌 찰 정도였으니 그 열정을 말해 무엇하랴!

백일장 장소인 군산월명공원 수시탑엔, 그러나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학생들은 뜸했다. 군산 관내 초·중·고 재학생들로 참가범위가 제한되어 있다곤 하지만, 군산에서 열리는 여느 대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작품을 내고 공문에 안내된 발표 예정일인 10월말경을 기다렸다. 하지만 발표와 시상(시상식 없이 상장과 상품우송)까지 딱 두 달이 걸렸다. 그나마 그때가 방학 중이라 학생에 대한 교내 시상은 올 2월초에 할 수 있었다. 학생참가 규모로 보아 심사는 하루, 상장 작성 3일 등 넉넉잡아 1주일이면 될 대회였는데도 말이다.

정작 애들을 울린 것은 상품 내용이다. 군산애향운동본부장·군산교육장 이름으로 뻔질나게 발송된 공문 내용과 직접 받은 상품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 ‘차하 10만 원, 참방 10만 원’이 차하 3만 원, 참방 2만 원으로 각각 둔갑해 있었다.
 
'시상인원 및 시상의 종류는 형편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음'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일단 그런 사실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또 지도교사가 무슨 죄로 그런 일을 감당해야 하는지, 진한 회의가 밀려오기도 했다. 

그 날은 쉬는 토요일이었다. 사생활도 반납한 채 오로지 제자들을 위해 사제동행한 것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아울러 지도교사상은 장원 학생의 학교교사에게 준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어떤 지도교사에게 준다는 아무런 기준도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예산을 지원해주는 지자체에 당부하고 싶다. 수십 년 백일장 지도를 해온 교사로서 하는 말이니 허투루 듣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옥석을 가려 예산지원을 하라는 것이다. 참가자 기십 명의 백일장을 두 달이나 걸려 그나마 공문 내용과 다른 시상으로 애들 울리는 것이라면 하지 않는게 맞다.

장려상(4등)과 차하상(3등)을 동일시하고, 차하(3등)와 참방상(4등) 상금을 똑같이 10만 원이라 공문에 안내하는 정도라면 그 역량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시상결과 안내공문에 표시된 ‘군산애향글짓기대회’ 역시 처음 보낸 ‘50만 국제관광기업도시를 위한 백일장’ 공문과 따로 놀아 혼란을 주었다. 

나는 앞으로 그렇게 애들 울리는 백일장엔 참가하지 않으려 한다. 공문에 기재된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애향심을 복돋워주고”라는 사업의 기대효과는커녕 ‘혐향’의식이 이 고장 어린 학생들에게 확산될까 우려하는 마음에서다.

무릇 공문은 그렇게 하겠다는 공적인 약속이다. 또는 그렇게 하라는 공적인 명령이다. 공문내용과 실제가 다르다면 공신력 실추는 물론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를 안기게 된다. 

곧 4월, 바야흐로 백일장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다른 대회 주최측도 이 점을 깊이 명심, 그런 구설에 오르지 않는 백일장대회를 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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