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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생들 부상은 줘야 맞다

  ‘이럴 땐 얄미운 선거법 조항’이라는 신문기사(조선일보,09.12.17)는 나같이 학교에서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많은 교사 및 학생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가장 불합리한 조항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 · 공모전 등의 부상없는 시상이다. 정확히 그런 ‘해괴한’ 일을 있게 만드는 기부행위금지 조항이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지도받은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상을 받았다. 시상자를 보면 지식경제부 장관, 도지사, 교육감, 교육장, 대학교 총장 등 다양하다.

  그런데 도지사, 교육감 상은 달랑 상장만 받았다. 교육장 상 역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 포함된다나 어쩐다나하여 달랑 상장만 받았다. 학생들이 수상이라는 기쁨에도 불구하고 크게 실망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해에도 내가 지도한 학생 둘이 교육감 상을 각각 받았다. 해마다 도교육청이 개최하는 중등문예백일장과, 사단법인 군산환경사랑이 주최한 환경백일장인데도 달랑 상장만 줘 학생들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또한 주논개선양회가 주최한 초 · 중 · 고 백일장에선 군수 · 군의회의장 상을 받았지만, 역시 상장뿐이었다. 단 여기선 상장과 별도로 상패를 주기도 했다. 말할 나위 없이 모두 학생에 대한 부상수여가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였다.

  나는 지도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부상이 왜 없는가를 애써 설명해야 하는 ‘고초’를 겪었다.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아쉬움을 드러냈고, 끝까지 감추려하지 않았다. 어떤 학생은 “왜 어른들 일을 우리들에게까지 연장시키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학생의 불만을 듣고 보니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들에게 고작 기만 원어치 상품권의 부상을 준들 선거에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공직선거법이 추구하는 공명선거 취지쪽에서 생각해보아도 이해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자던 소가 웃을 일이다.

  사정이 그렇다면 원칙적으로 도지사ㆍ시장ㆍ군수ㆍ교육감 등 선출직의 시상은 없어져야 한다. 수상이라는 명예보다 부상이라는 물질을 너무 밝히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도 상은 푸짐한 부상과 함께 받아야 상답고, 기쁨이 배가되는게 아닌가?

  물론 지도교사로서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부상 없음을 설명하기란 여간 난처한 일이 아니어서이기도 하다. 또한 어른으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들에게 지난 날 금품수수 · 향응제공 등 부정선거 때문 너희들에게 조그만 상품도 줄 수 없다고 설명하기가 민망해서다.

  학생에 대한 부상수여 금지는 현실과 괴리된, 아주 불합리한 공직선거법 조항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표로 연결된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이제 고쳐야 한다. 2009년 대한민국의 유권자를 너무 무시하거나 깔보는 인식이 은연중 묻어나는 아주 ‘원시적’이거나 ‘유치찬란한’ 공직선거법으로 인해 아이들을 울리지 않았으면 한다. 학생들 부상은 줘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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