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짐작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모두 전북출신 문인들이다. 물론 논개라든가 매창의 경우 조선시대 인물인데다가 딱히 문인이라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긴 하다. 특히 논개는 문인이라기보다 애국 충절의 표상으로 작품 속 주인공일 뿐이다.
그런데도 굳이 전북출신 문인으로 꼽은 것은 그들에 대한 추모 및 선양사업이 논개 · 매창 이름과 함께 해마다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문인 등에 대한 추모사업은 전국적 현상이다. 서희 · 조헌과 같은 외교관 · 의병장으로 기록된 역사인물에 대한 추모백일장 공모전도 있다.
그들 문인추모사업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문학상 시상과 백일장 개최이다. 물론 백일장 없이 공모전을 하는 곳도 있다. 그것의 공통적 목표는 말할 나위 없이 고인이 된 문인의 업적을 기리고, 그에 대한 선양, 나아가 뒤를 잇는 작가 발굴에 있을 터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전라북도의 경우 다른 지역 문인추모사업과 달리 학생백일장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학생 · 고교생 대상의 최명희, 이병기문학상 공모전, 이병기 시조, 매창 전국여성백일장이 있을 뿐이다. 그나마 논개 백일장의 경우 작년엔 실시되었지만. 올해는 아무 예고편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채만식문학상은 최근 ‘전면쇄신’을 지적받은 바 있다. 군산시의회 김성곤 의원이 “채만식문학상은 한국문학계에서 가장 인지도 낮은 상으로 전락했다”고 질타한 것. 군산시 관계자는 “활성화할 수 있는 다각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는데, ‘채만식전국학생백일장’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
서정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메이저 신문사 주관 미당문학상, 질마재문화축제 들이 대대적으로 열리지만, 학생백일장은 없다. 친일 전력과 5공정권 찬양 등 문학외적 이유로 교과서에서 미당의 시가 빠져 그런지 알 수 없지만, 학생백일장 없는 추모사업은 백 번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석정의 경우 그 흔한 학생백일장은커녕 문학관, 문학상도 없다. ‘석정문학’이라는 잡지발행(연간)이 거의 유일한 추모사업이다. 최근 제자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활발한 움직임이 보도된 바 있지만, 관건은 돈이다. 전라북도 해당 지자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당연히 지자체의 재정적 후원이 있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해당지역 문인단체의 적극 행보 또한 필수적이다. 예컨대 예산확보와 선양사업회 의지가 있더라도 실무를 관장할 문인단체 협조가 없다면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예향 전북’이라 말하지만, 전북은 문인추모 면에서 그렇듯 낙후된 곳이 없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이다. 특히 채만식 · 신석정 · 서정주 그들이 한국현대문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문학적 위상을 떠올려 보면 전북의 부끄러운 자화상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우리 지역출신 문인들을 널리 알려 예향 전북의 자긍심과 함께 애향심을 다지는 계기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프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 시상보다 학생백일장이 더 실속있고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