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이어 가을에도 전국적으로 백일장 · 공모전 등 문인추모사업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기본적으로 너무 좋은 일이고 반가운 일임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만약 있다면 그 사람은 ‘비민족적’이거나, ‘반문학적’일 것이다.
문예지도 교사인 나는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는 신념으로 학생들을 열심히 참여시키고 있다. 수상여부야 아이들 실력에 의해 좌우되니 그렇다쳐도 ‘도대체 왜 그딴짓을 하지’하는 주최측 태도는 내년을 위해서라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먼저 안성문인협회의 ‘박두진전국백일장’이다. 이 대회는 9월 30일까지 작품을 공모했다. 한 차례 발표 날짜를 늦추었는데, 정작 심사결과를 보려니 카페 회원만 가능했다. 결국 공모전으로 카페 가입을 강요하여 회원 수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5월의 정지용 백일장도 역시 카페를 통해 심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비회원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정부 기관조차 회원과 비회원이 홈페이지나 카페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안성문인협회의 아전인수적 태도에 분통이 터지는 이유이다.
다음은 영천시 · 백신애기념사업회 주관의 ‘백신애백일장공모’이다. 최근 소설가 서하진이 백신애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11월 14일 행사때 시상식을 갖는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와 별도로 공모한 백신애백일장에 제자 작품을 보내놓고 결과가 궁금해 전활했더니 버럭 짜증을 냈다.
그 사람 말이 “해당도 없는데 안내장에 내 전화번호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하루에도 수십 통 문의전화가 온다”는 것이었다. 설사 그렇다해도 그것은 주최측 내부사정이지 문의한 응모자가 감당할 몫은 아니다.
“추모문인에 대한 이미지가 흐려질 수 있으니 좀 친절하게 대할 수 없느냐”는 내 말에 그 사람은 “이미지가 나빠져도 좋다”고 말했다. 언론에 그런 사실을 알리겠다는 말에도 맘대로 하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다음은 해남군과 해남문화원이 주최한 ‘전국고산청소년백일장’이다. 이 대회는 약속 날짜를 지켜 발표는 한 모양인데, 해남군청 · 해남문화원 어디에서도 그 명단과 심사평 등을 볼 수 없었다.
공문에는 개인 및 학교에 통보한다고 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수상자들만 알아야 하는 심사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렇게 멀리 해남까지 가냐”는 핀잔 성격의 소릴 듣고 참가한 대회인데 어느 학교 누가 무슨 상을 받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나간 것이다. 뭔가 그것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이병주기념사업회의 전국학생백일장이다. 신종플루 여파로 공모전으로 대체한 이 백일장 수상자에는 어찌 된 일인지 마감시한을 넘긴 학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그로 인해 ‘우리 학생이 수상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추모문인사업은 말할 나위 없이 고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자는 데 있다. 해당 지자체들이 외면할 수 없는 이유이다. 지자체들은 돈만 퍼주지 말고 관리 · 감독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최소한 ‘왜 하지’ 따위 비아냥을 듣는 문인추모사업이 되게 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