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년대 말엔 미국에서, 그리고 70년대엔 일본에서 심약한 아이들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같이 결단력이 없고 약한 사람으로 키운 것은 사회와 가정과 학교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그들에게 규율을 세워주자는 운동이 두 나라에서 전개되었다. 요즘 우리 사회도 아이들을 적게 낳다보니 과잉보호로 인하여 아이들이 심약에 빠져 들고 있는 모습을 여기 저기서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처방이 무엇인가?
대부분의 가정은 자식이 하나이다보니 힘든 일은 물론 가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성장하고 있으며, 사회는 아직도 벌어 먹기에 바빠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겨를이 없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대부분의 학교는 아이들에게 힘든 것을 부과하면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듣기가 십상이어서 아예 엄두고 내지 못하고 있다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아이들에게 강한 의지와 인내력을 심어줏기 위해 3박4일의 남도순례를 추진하는 학교가 있다. 남도의 끝자락 시골에 위치한 용정중학교(교장 황인수)는 작은 학교이지만 아이들에게 청소년기에 꿈과 바른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정규교육과정 속에 지리산 종주를 실행하고 복지시설을 찾아 가 봉사활동을 시키고, 쏟아지는 장대 빗속과 태양볕 속을 걸으면서 자연과 접하면서 자신과 싸우도록 한 프로그램이 바로 남도 순례이다.
이 순례는 방학을 앞두고 실시하는 것으로 혼자서는 가기 어려운 길을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4일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면서 땀을 쏟는 과정이다. 이들은 발이 붓고, 허벅지가 헐어서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도 걷고 걸으면서 자신과 싸운 시간들! 이같은 고통의 시간 속에서 학생들의 마음은 떱떨한 감이 홍시가 되어 가듯이 숙성되어가고 있었다. 너무 아픔이 심하여 목이 메여 눈물이 쏟아지는 아픔을 겪으면서 부모님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포기도 하고 싶었지만 끝까지 해 낸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힘든 3박 4일을 보내면서 발이 성치 않았다. 통증을 느끼면서도 입을 꽉 다물고 끝까지 걷겠다는 아이들의 투지를 지도하신 선생님들은 지켜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도우면서 끝까지 걷자는 아이들에게 장하다는 격려의 말 외에는 전할 것이 없었다.
이스라엘 사상가 마틴 부버(Martin Buber)는 그의 저서 『나와 너(Ich und Du)』는 책 속에서 “사람은 상대방을 통하여서만이 자기 자신에 도달한다.” 하였다. 그들은 포근한 가정과 학교를 떠나 기나긴 걸음 속에서 자신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상대방의 아픔에 더 가슴시러하는 것을 체득하면서 친구가 무엇인지 공동체가 무엇인지를 몸소 체득한 것이다.
청소년 한명이 병들면 그 가정이 병들고, 그 가정이 병들면 사화 전체가 병드는 것이라하였다. 지금은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일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여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청소년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데에 그나마 현재 여건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청소년들이 꼬이고 병든 현장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공동체를 이루어 서로 성장케 하고 성숙으로 나아가게 하는 교육을 실천하는 일이다. 편하게 쉽게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이 시대에 이같은 교육을 실천하는 선생님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