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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고추 떨어진다


까까머리 꼬맹이들이 등굣길에 물고기를 잡아 검정 고무신에 넣어오는 재미로 지각이 다반사이던 초임 벽지학교 시절. 학교에서 1학년 지도는 교장과 담임의 영원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나온 계책이 1학년을 6학년 반반 사이사이에 배치해 놓는 것이었다. 형, 언니들의 행동을 보고 익히라는 뜻에서였다.

그런데 그 때만해도 6학년은 중학교 입시 때문에 밤낮으로 공부를 해야했다. 그러니 천방지축 1학년 꼬마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래서 1학년들의 담임도 교육대학을 갓나온 미혼 총각, 처녀 선생님으로 정했다.

열의에 찬 생활지도가 시작됐고 등하교 때 물고기 잡이 놀이 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신고망까지 구축돼 아이들의 행동거지가 알음알음 교무실까지 전달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 꿀맛 나는 놀이가 금지된 것이 '여자아이들의 고자질 때문이다'라는 소문이 남자 악동들의 귀와 입으로 퍼지면서 시작됐다.

그 때부터 남자 놈들의 시도 때도 없는 기습이 여자아이들에게 가해지면서 매일 소란스런 싸움이 벌어졌다. 옆에 붙어 있는 6학년 언니들이 소음공해에 시달리게 되면서 진학지도 담임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1학년 담임의 애교 넘치는 사과도 한 두 번.

'무슨 지도를 어떻게 하는 거냐.' '낸들 한다고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전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1학년 담임과 진학반 담임간의 감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담임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악동들은 "우∼"하며 여자아이들에게 몰려 가 얼굴, 등, 갈래머리를 잡고 흔들며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참다 못한 원로 여 선생님이 악동들을 꿇어앉히고 으름장을 놓으셨다. "너희들, 여자 괴롭히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고추 떨어진다." 그 후 며칠은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한 아이가 숨넘어가는 제보에 뛰어가 보니 악동들은 모두 팬티 속에 왼손을 넣어 자신의 고추를 잡은 채 여자애들을 또 괴롭히고 있었다. 아연실색, 망연자실 담임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런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소동이 있고 며칠 후 꼬마 악동 한 놈의 고추에 고장이 생겨 오줌을 못 누게 됐다. 요석이 요도를 막아 생긴 현상이었다. 그런 걸 알리 없는 악동들 사이에서는 '여자애들 괴롭히면 정말 고추 떨어진다'는 괴담이 퍼졌고 기적처럼 소란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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