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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과 함께 하기 위한 몇 가지 제언


2007년 새학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설날 연휴를 보내고 한 열흘 지나면 입학식이 있을 것이고, 학교마다 새로 오신 선생님, 새로 입학한 아이들로 학교 분위기가 새롭게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이 너무 변해 버렸다고 한다. 도무지 통하는 바가 없다고 불평하는 선생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의 이름은 가급적 빨리 외워 부르자

새 학기가 되면 선생님과 학생들은 새로운 만남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선생님은 학급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워 가지고 항상 정겹게 ‘영희야!, 수정아!’ 하고 부르는 데 어떤 선생님은 몇 달이 지나도록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 ‘야!’하고 부른다.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는 일차적 행위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의 아이들, 자신이 교과지도를 하는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교육은 이루어진다.

성인들도 이름을 부르면서 인사하면 매우 기뻐하고 좋아한다. 아이들은 어떠하겠는가. 항상 학생들의 이름을 정겹게 부르면서 수업도 하고, 대화도 해 보라. 교실 현장에서 교사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차적인 일이 학생의 이름 부르기에서 비롯됨을 기억하라. 20년 전에 가르쳤던 제자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나는 일은 대단히 기쁘고 반가운 일이다. 이때 선생님이 그 제자의 이름과 특징을 줄줄이 이야기하면 제자는 감동을 받아 어쩔 줄 모르는 경우를 본 일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전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그 제자에게 굉장히 미안한 감정을 가진 경우도 있었다. 이름 외우기에 최선을 다해야 학생지도에 성공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늘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자

편안한 모습은 당사자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남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늘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가야 한다. 그리하여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함으로써 안정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마치 오래 사용해서 편안해진 헌 신발과 같은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하라. 아이들은 새로 만난 선생님에 대하여 굉장히 궁금해 한다. 혹시 무섭고 어려운 분은 아닐까. 성격이 까다로운 선생님은 아닐까 하고 걱정한다. 항상 웃으면서 학생들을 대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말문을 열어가면 아이들은 어느 새 선생님 곁으로 다 모여들게 된다. 요즈음 많이 쓰는 말로 ‘미인대칭’을 생활화하라. 늘 미소 띤 얼굴로 인사 잘 하고, 대화하며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면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선생님 곁으로 다가 올 것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대하자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어리다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이미 우리와 결코 뒤지지 않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잘난 체하고 모르는 없다는 식으로 거드름을 피운다면 금방 아이들은 돌아선다. 돌아서서는 선생님을 욕하고 따돌린다. 선생님도 모르는 것도 있고 부족한 점도 있음을 애써 감추려 하지 말라.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늘 배우려고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의 부모를 대할 때 더욱 겸손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학부모와 진솔한 대화를 하여야 한다. 선생님이 최고의 전문가인 양 자만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일에도 흥분하지 말아야 한다.

선생님들은 크고 작은 일로 학생들과 의견 대립을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저희들끼리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켜 선생님과 학교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때로는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고, 경찰서에도 가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법원에 가야하고 보호관찰소에도 가야한다. 수업하랴 이런 일하랴 몸이 서너 개라도 부족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절대로 흥분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적당히 둘러댄다고 해서, 또는 큰 소리를 친다고 해서 수습될 일이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상황에 공감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학부모의 고통에 공감하여야 한다. 이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선생님이 화를 내거나 얼굴을 붉히는 것은 당장의 상황 수습에도 결코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이후의 일에도 도움이 안 된다. 선생님 스스로가 외톨이가 된다.

항상 열정적으로 가르치자

제자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찾는 선생님은 특별한 무엇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다. 그들은 대개 열정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준신 분들이다. 제자들은 수업을 대충하거나 관심이 없는 선생님에 대해서는 선생님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우리 학생들은 선생님의 열정과 무관심을 잘 구분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가르치는 선생님에게서는 신성불가침의 카리스마가 풍겨 나온다. 요즘 체벌 문제로 많은 말들이 오고가지만 자신이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선생님에게 맞는 회초리는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감사한다. 그러나 열정이 없는 선생님의 체벌은 늘 화풀이로 받아들인다. 열정이야말로 교사의 권위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임을 기억하자.

공평무사한 리더십을 가지자

어린 시절 기성회장의 아들에게 부반장을 빼앗긴 일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이 기성회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빼앗아 갔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지만 한 번도 그 선생님을 잊어 본 적이 없다. 사회의 모든 일이 그럴 것이다라는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되었다. 차별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항상 공정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부모 잘 만나 우쭐대는 아이가 잘 되라는 법도 없고, 가난하고 부족한 아이가 못되라는 법도 없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모두 눈치가 9단인 영리한 학생들이다. 공부를 잘 하거나 부잣집 아이에게는 친절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 적당히 무시하는 사람은 선생님이 아니다.

몸을 낮춰 아이들과 함께 하자

고정관념으로 아이들을 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은 어쩌면 또 하나의 편견이다. 우리 학생들을 그들의 관점으로 이해하고 바라보아야 한다. 어른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맘에 드는 것이 없을 것이다.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과 대화하라. 그러면 통하는 무엇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 속으로 가야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방법으로 바르게 가르칠 수 있다. 우리의 어른됨은 어른들끼리 만날 때에만 통할 뿐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때에는 우리 스스로 아이가 되어야 한다.

조금만 지나면 새학기가 다가온다.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면서 갖는 신선한 느낌이 그립다.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였지만 때로는 우직하리만큼 내 뜻을 강요하기도 하였고, 또 때로는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 바보짓을 했던 것 같다.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한 현장교사였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고 후회 또한 많다. 그러면서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질 때도 있다. 이 글은 그런 나 자신의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것쯤으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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