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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나의 선생님> 류택근 선생님

"'담박질'로 인생 의미 깨우쳐 주셨죠"


류택근 교장선생님께서 정년퇴임 하신다는 소식을 들으니 새삼 선생님과의 인연이 그리움이 되어 스쳐간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 6.25 사변이 터진 후부터였다. 우전초등학교 시절. 육상선수로 뽑힌 것이 선생님과 첫 대면하는 그리고 내 인생의 길을 열어 준 계기가 되었다. 4학년이었던 나는 방과후면 선생님과 함께 달리기 연습을 했다. 선생님은 '육상'이라든가 '달리기'라는 말 대신 '담박질'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완주군 육상대회를 앞두고 우리들은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열심히 연습을 했다. 경사진 앞산을 오르락내리락 했고 먼 신작로를 달리기도 했다. 이어달리기 연습을 할 때면 우리 네 사람이 번갈아 뛰는 동안 선생님은 혼자 달리곤 하셨다. 선수 중에서 가장 어렸던 나는 형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집에 와서도 혼자 연습을 했다. 이런 나를 선생님은 더욱 사랑해 주셨다.

완주군 육상대회 날 우리들은 조촌초등학교까지 검은 고무신을 신고 걸어갔다. 교문에 들어섰을 때 멋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앞에서 우리들은 한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들을 보았다. 그러나 선생님의 모습은 당당하기만 했다.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우리들도 기를 펼 수가 있었다.

400m 계주. 후보선수였던 내게 선생님께서 갑자기 2주자로 뛰라고 하셨다. 좀 당황했지만 선생님의 격려와 눈빛이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탄력을 받은 나는 앞 선수를 두 명이나 추월했다. 그렇게 우리 팀이 우승의 영광을 차지했다. '고무신'선수들이 '운동화'선수들을 이긴 쾌거의 순간이었다. 이어서 선생님들의 지역별 이어달리기가 있었다. 선생님은 4주자로 뛰셨는데 앞사람들을 차례로 따돌려 모든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 날 선생님의 모습은 내게 영웅이었다. 나는 다짐했다. 나도 선생님처럼 훌륭한 담박질 선수가 되겠다고.

선생님의 가르치심은 그 후에도 내게 힘과 용기를 주셨다.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육군에 입대해 선수로 뛸 때도 제대한 후에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생님께서는 제1회 소년체전이 열리면서 전라북도 육상을 대표하는 분이 되셨고 나도 선생님의 배려로 선생님과 함께 감독 및 지도교사로 위촉되어 숱한 사연과 애환을 나누며 오늘이 있게 되었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생각해 볼 때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선생님, 호루라기를 힘차게 불며 우리들과 함께 뛰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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