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교원평가제를 연내 법제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달 말 전교조와 가진 정책협의회에서 말한 내용이다. 현재 67개 시범학교를 연말까지 500개 교로 늘려 2007년부터 시행해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시행령 제정을 추진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후 전면실시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평가방법은 교장의 교사평가, 동료교사간 평가, 학부모·학생 만족도 조사 등이다. 그동안 논란거리였던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는 제외됐다. 또 평가 결과를 임금이나 승진 등에 연계시키지 않도록 했으며 개인이나 학교단위로 서열화·등급화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애초의 안보다 많이 후퇴한 내용인데, 교육부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교원평가는 교사 퇴출을 위한 것이 아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요컨대 교원의 능력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교원평가제 법제화는 불가피한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는 성과급과 함께 그 자체가 억지 웃기기의 코미디라 할 수 있다. 우선 교사의 무엇을 평가할지가 애매하다. 그리고 그 무엇이 구체적으로 정해진다해도 지금 이 땅에 만연해있는 입시지옥의 현실에선 결국 ‘공부하는 기계’ 만들기의 교원 양산이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가령 일반계고를 예로 들어보자. 결국 훌륭한 교사는 강제적·획일적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밤 11시까지 졸지 않고 감시 잘하거나 잡아두는 선생이 될 수밖에 없다. 과연 그것이 진정으로 훌륭한 교사이겠는가?
또 교사의 법정 정원율이 자꾸 내려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두 개 과목을 담당한 교사의 슈퍼맨화 되기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 전공 아닌 과목을 맡아 가르치는 것도 이미 불법인데, 교사는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가열차게 범죄자가 되어야 할 판이다.
이를테면 교원을 평가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제도부터 강행하려는 것이라 문제인 셈이다. 참여정부 들어 입시지옥해소의 구체적 방안은 ‘방과후 학교’가 고작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쿠폰을 주는 등 사교육 양성화의 혐의마저 지울 수 없는 대책아닌 대책이다.
교사의 법정정원율도 높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교원평가제 실시 조건으로 지난 해 말 발표했던 ‘연간 5, 500명 이상 신규교사 채용’조차 올해의 경우 당장 30%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연간 5,500명이상 신규교사 채용계획은 교사의 수업시수 및 학급당 학생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조치이다. 교원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런데도 여론 등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서둘러 강행하려 하고 있으니 한심하거나 딱한 노릇이다.
교원평가제 강행은 미처 뜸도 들이지 않은 밥을 된밥이니 진밥이니 하며 ‘찧고 까부는’ 따위와 같은, 아주 어이없는 짓이다. 곧잘 선진국 사례를 들먹이며 대세 운운하는데, 그 자체가 자던 소도 웃을 일이다. 교육여건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평가제 시행 유무의 단순비교이기 때문이다.
장차 교원평가제는 실시되어야 하지만 그렇듯 뭐에 쫓기듯, 서두를 일은 아니다. 교원에 대한 평가는 교사들 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 땅의 교육의 운명, 나아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아주 중대한 문제이다. 교사에게 상처 입히는 강행도 안되지만 부작용을 예고하는 졸속 또한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