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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내가 백일장에 가지 않는 것은

바야흐로 백일장의 계절이다. 대학교를 비롯한 각종 단체 주관이나 축제 일환의 백일장이 즐비한 5월이기 때문이다. 나는 작년까지만 해도 ‘겹치기 출연’ 을 할 만큼 여기저기 백일장에 참가했다. 물론 학생들을 인솔한 백일장 참가였다.

문인 교사로서 느끼는 기쁨중 하나가 바로 제법 글솜씨가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는 일이다. 글쓰기가 강조되는 시류와 상관없이 그들을 백일장대회에 참가시켜 상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나는 올해부터 백일장대회에 가지 않고 있다. 내가 백일장에 가지 않는 것은 예년의 기쁨이나 보람을 뒤엎을 만한 회의를 느껴서다. 우선 학생 여비 빼기의 불쾌함을 들 수 있다. 이름하여 교육활동 위축시키는 임시전도이다.

임시전도란 예상 여비를 교사에게 빼주고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것이 밥값 영수증 첨부 등 여간 고역스러운게 아니다. 고역스러운게 문제가 아니다. 학생에게 직접 주는 방식도 있는데, 교사로서 한없이 초라한 생각을 갖게 해 나로선 임시전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음은 학부모의 ‘싸가지 없는(?)’ 행동에 오만 정이 떨어져서다. 차마 밝히기 뭐하지만, 내친김에 말해야겠다. 지난 해 내게 지도받은 학생이 어느 백일장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했다. 상금이 일백만원이었는데, 그 학부모는 지도교사나 학교측에 한턱 내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해오지 않았다.

그 백일장은 일요일에 있었고, 쉬는 날 내가 인솔하지 않았더라면 장원은 애당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뭘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내가 좋아 열정 하나만으로 하는 문예지도요 백일장 참가라지만, 막상 그런 일을 겪고 보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주최측의 지도교사 ‘깔아뭉개기’ 도 내가 백일장에 가지 않는 이유의 하나이다. 글쎄, 일반고 학생정도 되면 제 스스로 알아서 참가할 지도 모르지만, 초·중학생이나 실업고 학생의 경우 직접 쓰기만 할 뿐 신청서 접수에서 부터 참가후 수상까지 전 과정이 교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주최측의 지도교사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백일장이 대부분이다. 더러 지도교사상이라는 걸 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학생의 입상성적이나 참가자 수 등 조건이 붙는데다가 극히 일부에 돌아가는, 그야말로 상일 뿐이다.

기이한 일은 특히 일반고의 경우 평소 창작지도를 전혀 하지 않다가 어쩌다 글 잘쓰는 학생 덕분으로 지도교사상을 ‘횡재하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는 점이다. 요컨대 뭐가 잘못되도 크게 잘못된 현상을 굳이 현장에 가서 목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도 두 개의 백일장 안내 공문을 받았다. 그리고 교내백일장 심사에서 제법 쓴 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로지 제자를 위하는 ‘참교육자’ 로 그딴 것 다 묻어버리고 예년처럼 백일장에 학생들을 데리고 갈 수 있을지 때아닌 시험대에 오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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