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감 선생님, 감사합니다."
양우 어머니께서 조심스레 인사를 하셨다.
"무슨 일인데요?"
영문을 모르는 나는 양우 어머니께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전이었다. 대문을 박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양우는 "엄마! 나 연필 받았어"라며 큰 소리로 외쳤단다.
"무슨 연필인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어머니에게 양우는 연필을 흔들어 보이면서 "응, 교감 선생님께서 착한 일 했다고 주셨어"라고 말했다.
"그래? 참 좋겠다. 어떤 일을 했는데?" 어머니가 묻자 양우는 "영어 시간에 의자를 바르게 놓고 갔다고 주셨어"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양우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양우가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편지 쓰기 대회에 참가할 때, 연습으로 쓴 편지를 본 일이 있다. 편지의 내용이 매우 충실하고 표현력이 뛰어났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에 대해 몇 가지 안내를 해 준 일이 있다.
그런데 영어 특기·적성 담당 선생님이 양우의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영어 공부가 끝나면 다른 친구들은 의자를 팽개치고 달아나는 데, 양우는 공부도 열심히 하지만 흩어진 의자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가는 착한 학생이라는 것이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다른 학생의 모범이 되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양우가 친구와 함께 교무실로 들어섰다. 선생님의 심부름을 온 것이다. 나는 양우를 불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양우에게 "양우는 영어 공부가 끝나면 의자를 가지런히 정리한다는 데 정말이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네, 양우가 날마다 정리하고 가요."하며 옆에 서 있던 친구가 대신 대답을 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하나씩 주고 양우에게는 '영어·특기 적성 시간에 의자를 가지런히 정리했다.'는 내용을 적은 칭찬카드에 도장을 찍어 주면서 상품으로 연필을 두 자루를 주었다.
양우는 그게 그렇게도 좋았나 보다. 공부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달려가서는 어머니에게 자랑한 것이다. "교감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양우 어머니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서 맴돈다. 양우야, 건강하고 예쁘게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