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이 고등학교 앞이라서 원하지 않아도 학생들을 많이 보게된다. 그런데도 여름방학을 맞은 요즘도 아침 시간이면 학생들이 길을 가득 메우고 등교한다. 방학이어서 여유 있게 거니는 이 길을 저 아이들이 왜 저렇게 허겁지겁 달려갈까 하는 생각에 어른으로서, 또 교사로서 참 미안하고 가슴 아프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더 가르치려고 저 아이들을 불러내는가.
이 나라 어른 모두, 특히 교육에 어떤 이유로든지 관계가 있는 어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학생들에게 쉴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모두가 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세월을 보내니 이 지친 아이들의 얼굴에 아름다움과 기쁨이 멀어져 가는 것이다. 육체적으로도 고교 시절은 전 인생을 통해 가장 왕성한 활동력과 에너지를 가진 시기이며 자신과 이웃을 위한 경험과 능력을 축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다.
이럴 때, 사회는 그들을 학교에 가두어 영어, 수학으로 지치게 만들 것이 아니고 탁 트인 산하를 누비며 자신을 위해, 이웃을 위해, 또 자연을 위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능력을 배양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배려를 해야한다.
그렇게 3년을 보낸 후, 선량한 시민으로 살고싶은 사람은 직장에서 사회의 일원으로 즐겁게 살고, 학문에 정열을 가진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이웃과 나라와 인류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고교 교육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처럼 고교가 대학을 가기 위한 학원으로, 대학이 취직을 위해 학위를 얻는 예비학교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제도하에서는 이 나라 젊은이들의 앞날이 너무나 암울하다. 늦다고 생각될 때가 바로 시작할 때라는 말대로 지금이라도 이 나라 어른들은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해서 아이들에게 방학을 돌려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