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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 따로있나?


최근에 '웰빙(Well-Being)', '웰빙족'이라는 말이 선풍적으로 유행되고 있다.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말 그대로 건강한(well : 안락한·만족한) 인생(being)을 살자는 의미라고 파악된다. 국내에 웰빙 개념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02년 말부터로 파악되는데, 아마도 예전부터 유행되어 온 '히피족', '여피족', '보보스족'과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 웰빙의 근원은 히피즘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일고 있는 요가나 명상 열풍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의 히피족(hippie : 인간성 회복과 자연귀의를 주장하며 탈사회적 활동을 한 사람들을 뜻하는 유행어)들에 의해 크게 유행했고, 히피즘의 영향을 받은 세대인 1980년대의 여피족(yuppie : 고등교육을 받고 도시 근교에 살면서 전문직에 종사하여 높은 수입을 보장받고 있는 젊은이들로 기성세대와 달리 개인의 취향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유행어)의 라이프 스타일에 중요한 요소였다고 한다.

또한 웰빙족의 라이프 스타일은 1990년대에 등장한 보보스족을 모델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보보스족은 물질적 가치에만 매달리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했었다 한다.

이와 같이 원래의 웰빙은 반전운동과 민권운동 정신을 계승한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중시하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며 행복을 위해 환경을 개조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개성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뜻하는 것이지만, 과거에 '○○족'이라는 신조어들이 국내에서 그 의미가 크게 왜곡되었듯이 지금의 웰빙족도 원래의 취지나 목적보다는 물질적 풍요만을 바탕으로 하는 상업적 고급화와 요가나 스파, 피트니스 클럽을 즐기며 비싼 유기농식 재료를 사용한 음식만을 선호하는 등의 고급화와 지나친 건강과 미용에 대한 집착 등으로 그 의미가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웰빙 열풍은 인터넷 웰빙 카페의 회원만 1천명이 넘으면서 관련 전문지가 생겼는가 하면 여기저기에서 바디라인 및 체형 관리, 모발관리, 와인 감정, 유명 오페라 감상, 미술품 설명회 등으로 짜여진 웰빙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또 웰빙 관련산업 등도 새롭게 대두되어 유기농 식품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전문 레스토랑이 증가하고 체형 및 모발 관리제품이 쏟아지고 있으며 스파와 경락 발맛사지 업소의 증가와 요가학원과 피트니스 센터의 강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자신들의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깨끗하고 좋은 먹거리와 신체적 안락함을 추구하는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는 점을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유기농 농작물은 일반 농작물보다 훨씬 비싸고, 피트니스 센터나 학원의 강좌 수강비와 체형관리를 위한 마사지나 스파·아로마 요법 등의 비용은 엄청나다. 모 업소에서 시판하고 있는 허브, 머드, 해초 등이 가미된 스파와 유기농 식사, 피트니스·마사지 등이 포함된 '웰빙 패키지'의 가격은 1회에 8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한다는 웰빙이 원래 뜻과는 달리 사치스런 삶과 부의 상징으로 변질돼간다는 비평이 나오는 것이다. 필자도 어떻게 사는 게 진정 잘 사는 것인지는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해답으로 얼마 전에 모 일간지에 실린 기사 한 편을 정리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공주대학교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아파트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는 90세 노모(老母)를 위해 7년 전에 아파트 살림을 정리하고 시골(충남 공주시 무릉동)에 새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이 집에서는 국경일도 아닌데 타지에서 손님 오시는 날이나 아들 생일, 서울에서 손자가 오는 날에도 지붕에는 어김없이 태극기를 게양한다. 동네주민이 관공서도 아닌데 왠 태극기냐고 묻는 질문에는 "재미있잖아요. 허허벌판 시골에 태극기 나부끼는 모습이 멋지고, 사람들 몰려오니 심심하지 않아 좋고요"라고 대답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교수님의 집에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찾아오는데, 그래서 한 해 김장규모가 평균 300포기이다.

<중략>

'무식을 통감해서' 요즘 김씨가 배우는 것만도 한학, 서예, 수묵화 등 열 가지가 넘는다. 공주국립박물관, 공주시립도서관, 공주대 평생교육원 등 배울 곳이 지척에 널린 덕분. 농사 배우는 재미도 솔찮다. 이사 오자마자 마당에 줄긋고 쇠스랑으로 텃밭을 일군 뒤 무 배추 아욱 상추 쑥갓 완두콩 등 스물 댓 가지 씨앗을 뿌렸었다. 시골집이니 마땅히 비닐하우스도 만들었는데, 요즘은 하루 농사일 마친 무릉동 사람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들러 술 한잔 마시고 가는 일명 '비닐카페'가 되었다.

"웰빙(well-being)이 따로 있나요. 앞 논에서 난 쌀로 지은 밥에 텃밭에서 따온 아욱 넣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국, 어제 낳은 달걀 지짐에 시큼한 열무김치 걸쳐 먹고살면 그게 웰빙이지요."

<중략>

이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최고의 웰빙 시스템'으로 지목하는 것은 또 있다. 변소처럼 생겼지만 문 열고 들여다보니 황토 흙으로 지은 방. 사람들은 안채의 넓은 방은 다 놔두고 황토 방에 기를 쓰고 들어가 앉아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아침형 인간은 시골서 살면 저절로 되지요. 새벽 네시면 눈이 떠지는데, 산책하고 운동한 뒤 밥 먹고 출근해도 여덟시에요. 도시에서처럼 치열하고 뾰족하게 살지 않아도 되니 그야말로 살맛 납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웰빙족이 되고 싶은데,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에 망설이셨던 분들이 있다면 지금부터 아래와 같이 시작해보기 바랍니다.

-'라벤더', '로즈마리' 등의 허브식물 화분을 구입하셔서 책상이나 화장대 위에서 정성껏 기르며, 하루에 세 번씩 향기 맡아보기.
- 명상은 평소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그 앞에 눈을 감고 앉아서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가족들과의 즐거웠던 시간들을 떠올려 보기.
- 화장품이나 세제 등의 생활용품은 동등한 가격의 천연제품으로 바꾸어 써보기.
- 큰 맘 먹고 담배 끊기, 술은 그저 즐길 수 있는 정도로만 마시기.
- 요가는 요가교본이나 비디오 테이프를 사서 TV 앞에서 따라 해보기. 요가가 어려운 경우에는 맨손체조나 앞 마당에서 하는 줄넘기 어떨까요?

무엇을 어떻게 하시던 여러분이 그 안에서 건강과 쾌적한 삶과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웰빙'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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