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학교에서 3년 연속 2학년을 맡다보니 조금 노하우도 쌓이고 2학년의 특성도 헤아릴 것 같다. 올해 새로 만난 아홉 명의 왕자와 여섯 명의 공주는 조그만 일에도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무척이나 활발하다.
그 중의 한 명인 상후는 여느 아이와는 달랐다. 명랑 쾌활하지만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전학을 옷 탓인지 잔병치레도 많고 결석이 잦았다. 학교 다니는 것조차 힘이 든다며 한 달에 며칠은 집에서 쉴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 그렇지만 교과 성적은 항상 최상위에 속했고 상후가 등교한 날은 온 교실에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런 상후가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두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 날 학교에 나타났을 때는 한 아름의 꽃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여린 목소리와 함께 상후는 내게 꽃을 주었다. 살며시 접은 쪽지도 잊지 않았다.
`선생님! 우리 가르쳐 주시느라고 힘드시죠? 어떤 때는 교실에서 장난쳐서 죄송해요. 재미있게 놀다 보면 떠들 때도 있어요. 선생님께서 공부를 재미있게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결석을 자주 한다고 화내지 마세요. 쉬지 않으면 학교 다니는 것이 더 힘들어서 그래요. 그리고 이 꽃은 산 것이 아니고 엄마와 우리 집 앞산에서 꺾은 꽃이에요. 스승의 날에는 아이들과 함께 스승의 노래 힘차게 불러드리고 싶어요.'
26년 교직생활 속에 수많은 카네이션을 받아 보았지만 상후가 건넨 야생화는 색다른 감동을 내게 선사했다.
`그래. 상후야,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고 튼튼한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라도록 열심히 노력해 보자꾸나.'
내 곁에서 꿈과 사랑을 먹고 자라는 열 다섯 꽃송이가 활짝 피어날 수 있도록 난 항상 아끼고 보살피고 격려하고 지원하는 도우미가 될 것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아이들 모두에게 참된 가르침과 사랑을 베풀며 내게 주어진 길을 후회 없이 걸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