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검색엔진이나 포털사이트에 돈을 지불한 경험이 없다. 그런데도 올 4월 기준으로 세계 기업 시가총액 순위를 보면 구글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28위 수준이다. 과연 구글이 어떻게 이런 거대기업이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생활 전반 SW가 지배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이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다면 21세기는 소프트웨어 혁명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다임러의 회장인 디터 제체는 “이제 자동차는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고 표현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에서도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화, 의료, 금융, 전자상거래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많은 산업들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정부는 작년 7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전략’을 발표해, 초·중·고교의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2018년부터 중·고교, 2019년부터는 초등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교과로 이수해야한다.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의 역량을 길러준다는 취지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의 정규교과 도입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교육의 의무화 추진 노력에 비해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과연 초등단계부터 필요한 것인지,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가중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선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 학생 중 한 명이 ‘제 꿈은 컴퓨터와 관련이 없는데 왜 소프트웨어를 배워야 돼요?’라고 반문한 경우도 있었다.
단지 정부 정책의 일환이나 산업현장의 요구에 의해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다. 그 보다는 컴퓨팅 사고력을 지닌 창의인재 양성에 초점을 두고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프트웨어 교육은 우리 눈앞에 다가온 큰 변화의 흐름에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앞으로 50년 후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 줄 수 있는 핵심 교육 중 하나로 인식돼야 한다.
교사연수, 전문성 신장이 열쇠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도입된 소프트웨어 교육이 올바르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전문성 향상이 요구된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교사의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성을 위한 연수가 중요하다. 정부는 2018년까지 초등교원의 30%를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 연수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치상 몇 퍼센트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다는 것보다 질적으로 얼마나 우수한 연수가 진행되는지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길러주고자 하는 역량은 무엇인지, 이런 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어떻게 교육이 실천돼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연수가 필요하다. 단지 연수 이수 시간이 많다고 해서, 또는 연수를 이수한 교원 수가 많다고 해서 교사의 전문성이 향상됐다고 보장할 수 없다. 연수를 이수했더라도 실제 학교에서 컴퓨팅 사고력 신장이 아닌 코딩을 위한 교육으로 진행된다면 사교육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