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학교에는 교문 발열체크부터 예방교육, 발열 환자관리와 치료, 각종 문서처리 등 엄청나게 많은 일들이 쏟아졌다. 그 일들을 일선에서 감당했던 보건교사로서 이번 대응체계에 여러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 없는 교육당국, 대응 한계
무엇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교육당국이 실질적으로 대처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메르스 감염 비상으로 학교에서는 평소보다 의심 증상 학생이 2배~3배 이상 증가해 매순간 어떻게 대처할지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제목이나 내용이 똑같은 공문이 하루에도 수차례 내려오기만 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다. 한 중학 보건교사는 “메르스 3차 환자가 발생해 온 나라가 비상 상황임에도 교육청에서 쏟아지는 메르스 대책 공문은 여전히 2차 환자 발생 때의 매뉴얼이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일선 보건교사들은 교육청에서 학교 현장 상황을 잘 아는 보건 관련 전문가가 감염병 업무를 추진했더라면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 체계로는 위기상황에 일처리가 늦어지고, 소통이 안 되면서 혼란이 가중 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는 학교현장 경험이 풍부한 보건장학사나 보건 파견교사의 교육청 배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와 교육청은 향후 어떤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일목요연하고 안정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에 있는 보건교사와 소통이 원활하고 학교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서울시교육청의 감염병전담팀 구성에 보건교사가 빠졌다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현장경험이 풍부한 보건교사가 팀의 일원이 돼야 한다.
과대학교에 대한 보건 인력풀 지원도 좀 더 빠르게 대응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메르스 사태가 5월말 본격 시작됐고 인력풀 지원에 대한 공문은 6월 20일경에 내려왔다. 그 동안은 쏟아지는 일을 보건교사 혼자 감당해야 했다.
식사 시간도 화장실 갈 틈도 낼 수 없는 과대학교에는 인력지원이 시급하다. 보건교육이 있는 날 3일만 학생들을 관리해 주는 인턴교사로는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건교사 확충 발언 空言 아니길
보건교사 한 명이 1500명 이상 되는 학생들을 돌보면서 각종 공문처리, 정서행동특성 검사, 건강검진, 흡연예방사업 등 나날이 늘어가는 업무를 감당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과대학교에는 인턴교사가 아닌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보건교사의 추가 배치가 절실하다.
언론 보도처럼 현재 보건교사 배치율은 전국적으로 65%에 그치고 있다. 10곳 중 4곳의 학교에는 보건교사가 없다는 얘기다. 학생들의 건강관리와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반면 인플루엔자 등 학교 내 법정 감염병에 걸린 학생은 최근 2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낮은 보건교사 배치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난 8일 황우여 장관이 보건교사 확충에 나서겠다고 한 발언이 빈말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