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혁신학교’가 ‘시범학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혁신학교에는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학급당 학생 수 감소, 교사 증원 등 여러 가지 선별적 지원과 혜택이 주어진다.
예산·교사 몰아주고 ‘성과’ 생색내나
하지만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는 아무런 지원도 없고 과밀학급에 교사부족으로 인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 어떤 학교는 학급당 39명이나 되는 과밀학급인데도 정식 교사 수는 줄어들고 기간제교사는 증가한다. 교실수도 부족하고 교무실도 협소하니 오죽하면 ‘콩나물교실’이라고 부를까.
교육의 가치는 기회의 균등이다. 교육의 기회균등은 헌법정신과도 부합된다. 하지만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교육의 기회균등보다 혁신학교를 모델로 내세워 교육의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교사증원과 학생 수 감소를 하는데 교육적 성과가 없을 리 없다. 동등한 조건에서 개선을 이루는 것이 혁신이지, 차별적 조건에서 교육혁신을 이뤘다는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혁신학교 선정과정도 문제가 있다. 교육적 성과를 내기 좋은 학교가 혁신학교로 선정된다. 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심각한 학교를 개선하는 것 보다 문제가 적은 학교를 선정하는 것이 혁신 성과가 높다는 계산인 것이다.
혁신학교의 선별은 이미 학생 수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적어 혁신학교에 유리하고 여러 가지 교육적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니 혁신학교 대다수는 혁신사업 이외에 다른 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중복투자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혁신학교는 더 잘 될 수밖에 없고 일반학교는 소외돼 차별적 교육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혁신학교 성과에 가려진 차별적 교육문제를 중시해야 한다. 소수 선별된 학교, 혁신학교가 아닌 더 불리한 입장에 놓인 일반학교 학생, 학부모의 갈증과 고충을 풀어야만 한다. 교육현장 측면에서 보면 선별적 복지 논란보다도 선별적 교육이 더 심각하다. 진보와 혁신이라는 구호 아래 교육의 기회균등이 차별화되고 있는 학교 현장은 고통을 묵묵히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일반학교 과밀학급 문제 해결부터
선별적 복지는 정치가가, 선별적 교육은 교육자가 풀어야할 매듭이라고 본다. 과밀학급의 문제해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밀학급으로 구성된 학교는 교원 수도 부족하고 특별실도 부족하고 교무실도 협소해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학교폭력도 이러한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끊임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고, 교원들도 악조건에 놓인 학교 근무를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혁신학교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 문제가 적은 학교보다 문제가 많은 학교에 더 관심을 가져야한다.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해하지 말고 교육적 배려와 성장에 초점을 둬야 한다. 과밀학급일수록 지원책을 더 늘려야한다. 불리한 여건에 놓인 학교일수록 혁신학교 모델이 돼야 한다. 교육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과밀학급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런 학교일수록 예산도 늘리고 교사도 늘리고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혁신학교에 가려진 차별적 교육 문제는 혁신학교를 혁신하는 것부터 그 해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