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은 지난 몇 년간 한국교육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 화두다. 교육과정도 인성중심으로 개정됐으며 인성 함양을 위한 수업실천 우수사례가 포상받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작년 12월 29일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됨으로써 우리의 인성교육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서게 됐다. 이제 사람됨의 교육은 국가의 책임과 의무로서 확고한 기반을 갖게 된 것이다.
인성교육진흥법 실효성 염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진흥법이 현장에서 거두게 될 실효성에는 걱정과 염려를 떨칠 수가 없다. 지금까지 세계 어디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정책을 기반으로 한 인성교육이 성공을 거둔 선례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개개인의 교사가, 혹은 몇몇 단체들이 프로그램이나 모형을 통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 사례는 있다.
하지만, 한 나라 수준에서의 성공적 본보기는 아직 목도하지 못했다. 오랫동안 인성교육을 강조해온 싱가폴이나 대만에서도 전반적 평가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잉글랜드는 가장 최근인 작년 12월 교육부장관이 인성교육에서 자국이 세계 리더가 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공식지원을 하겠다고 공표했다. 참으로 고무적인 소식이지만, 역시 전국적 규모의 성과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
세계 최초라고 하는 우리의 인성교육진흥법에 근거한 향후 실천은 이 같은 난점을 철저히 고려한 노력이 돼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인성교육은 머리로 깨닫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관여하고 행동으로 드러나는 것이어야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에 따르면 몸과 마음과 손발이 함께 움직여주는 인성교육은 습관화된 실천과 정서를 동반한 체험을 통해 가능하다. 글자로 이해하고 머리로 분석하는 윤리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우리에겐 견물생심(見物生心)의 인성교육이 요청된다. 인성을 추상적이고 성인군자적인 개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일상시민적인 것으로 습득하는 실천적 학습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할 때에 올바르고 훌륭한 인성의 본보기와 나쁘고 부족한 인성의 실례를 눈으로 확인하고 피부로 체험해볼 수 있어야만 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인성함양 위한 체험공간 절실
그리하여, ‘인성원(人性園)’이 절실히 요청된다. 우리 아이들이 언제라도 가서 인성 실천의 구체적 사건을 접하고, 바른 인성을 도야하고 실천한 실제 인물들을 목도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이 필요하다. 인성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세계 각국의 인성관련 자료들을 손쉽게 볼 수 있는 배움터 말이다. 역사박물관, 자연사박물관, 독립기념관, 전쟁기념관 등 무형의 인간적 가치를 가시화시킨 장소와 같이, 인성교육에서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상설체험장이 필요하다. 현충원과 같이 엄숙하기도 하고, 태권도원과 같이 멋있기도 하며, 디즈니랜드처럼 즐겁기도 한 인성의 종합체험장 말이다. 국립인성원과 함께 지역마다 시도별 인성원도 있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새해는 바람으로 시작한다. 내 바람은 인성의 동산과 성품의 공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온 몸으로 느끼며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글로만 되새겼던 인의예지가, 말로만 되뇌던 사랑, 소통, 존중, 배려가 피부로 실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가치와 덕목으로 체감되고 내면화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온전한 사람으로서의 바른 품성을 더욱 두텁게 길러나가는 배움의 산실, 인성원이 우뚝 세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