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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두 집 살림…유산…몸도 마음도 이젠 지쳤어요”

신혼부터 별거, 경기 A교사의 눈물



남편 챙기러 매주 힘든 울산행
아파도, 출산준비도 결국 혼자
도교육청 “임용시험 다시 보라”
“조금씩 개선해 줄 수 없나요?”


“유산을 하고 나서 이 모든 일이 남편의 근무지와 다른 시·도에서 근무하는 제 상황 때문에 일어난 것 같았고 마음이 아팠지만 다음 주 바로 다시 출근해야 했어요.”

경기도의 한 고교에 근무하는 A교사(32)는 별거 기간 동안 겪었던 아픔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타·시도 교류의 기회조차 막혀 있는 상황에 대한 한탄이 서려 있었다.

A교사는 2012년 경기도에서 교원으로 임용됐다. 태어나서 교원자격증을 딸 때까지 울산에서만 살았지만 소수 교과라 임용의 기회가 없어 타·시도에 응시한 것이다. 그 당시 생각에는 타·시도 교류 제도가 있어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 줄로 기대했다. 고향에서 결혼도 하고 신혼살림도 차렸다. 남편의 직장이 있는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실 근무경력이 3년 미만이면 타·시도 교류가 안 되기 때문에 신혼 때부터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로 지냈다. 결혼해서 남편에게 밥도 차려주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꿈일 뿐이었다. 별거 기간이 길어지면서 시댁 눈치도 보였다.

원룸에서 월세로 살고 주말 장거리 교통비까지 쓰다 보니 A교사가 버는 돈은 전부 두 집 살림하는 데 들어갔다. 결혼은 했지만 주중에는 아파도 혼자 원룸에서 서러움을 참아야 했다. 주말에는 부부가 오랜만에 만나도 밀린 집안일을 하고, 평소에 못했던 가족행사도 소홀히 할 수 없어 편히 쉬지도 못한다. 방학 때 근무가 있으면 새벽 4시에 KTX를 타고 다녀오기도 했다.

“임신을 하게 됐어요. 남편 살림 챙기느라 매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했어요. 홀로 원룸에서 생활하기 힘들고 외로웠죠. 그래도 육아휴직을 하면 별거기간 산정이 안 돼 타·시도 전출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에 계속 일을 했어요. 출산휴가는 아직 쓸 수 없는 시기였고요.”

그러다 지난해 3월 새 학기 업무로 바쁘게 일하던 중 유산을 하게 됐다. A교사는 유산을 한 바로 다음 주부터 몸이 회복도 되지 않았지만 다시 장거리를 이동해 출근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남편이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직도 만만치 않았고, 두 사람 다 울산 토박이에 삶의 터전도 다 울산에 있어 결국 답답한 마음에 고민만 하다 보류했다.

A 교사는 “지금도 2세 계획을 해야 하지만 육아휴직을 하면 별거 기간 인정이 안 돼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결국 어렵게 실 근무 기간 3년을 채워 타·시도 교류 신청을 했다. 그러나 소수 교과 교사인 A교사는 교과별 동수 교류 원칙에 묶여 전보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

다른 별거교사들과 함께 교육청에 문의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임용시험을 다시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수가 없어 결국 임용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나 담임도 맡고 수업에 생활지도, 행정업무까지 하다 보니 학기 중에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방학이나 주말에도 업무와 집안 사정에 짬이 나지 않아 막막하기만 하다.

그는 “현직교사에게 임용 공부를 하라는 건 학생들에게 쏟아야 할 열정을 다른 데 쏟으라는 말”이라면서 “교육청에서 타·시도 교류가 어렵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말한다는 사실이 속상하다”고 했다.

이어 “다른 공무원들은 제한이 없으니까 이동이 편한데, 유독 교사만 여러 조건이 모두 맞아야 하는 1:1 맞교환”이라며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로 일방전입을 해달라는 건 욕심일 수 있지만 근무 기간, 별거 기간 등을 기준으로 점차 교류를 확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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